제가 강습받는 수영장은 초급에서 중급으로 월반할 때 크게 바뀌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중급반부터 오리발 착용을 허락받는(?) 날이 있다는 겁니다. 월/수/금반 기준 매주 월요일이 ‘오리발 데이’인데요.
그래서 저도 중급으로 넘어갈 때 뿌듯함을 누렸습니다. 같은 달에 월반한 분들과 ‘오리발 사셨나요?’라는 질문을 나눈 기억도 나네요. 하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단체강습 특성상, 초급반 선생님께서 상세히 오리발을 설명할 시간이 있진 않았어요. 눈치껏 알아서 구매해야 했죠.
하지만 저보다 앞서 강습 세계를 걸어간 선배님의 정보가 많다는 게 다행이었습니다. 각종 수영 커뮤니티와 블로그 후기를 알아보니 초보 오리발로는 ‘국민템’이 있더군요. 바로 스쿠버용품을 메인으로 한다는 이탈리아 브랜드 마레스(mares)의 ‘뉴 클리퍼’라는 제품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제품 생산은 불가리아에서 이뤄진다고 합니다. 메이드 인 불가리아)
보통 오리발은 발 사이즈 때문에 실제로 신어보고 사시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저는 이걸 구매할 당시 직접 신어볼 생각은 못하고 제 발 사이즈와 일치하는 오리발을 온라인으로 구매했습니다. 다행히 잘 맞더군요.
집에 오리발이 도착한 날, 그걸 챙기고 보는 것만으로도 실력이 업그레이드된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중급반에서 오리발을 착용한 날은 어땠을까요? 누군가는 부스터를 단 것처럼 앞으로 나간다고 하셨지만, 저는 첫 날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꾹꾹 눌러주면 된다”는 선생님의 말을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마음처럼 쉽게 나가지 못했습니다. 확실히 초급반에서 부지런히 차던 발차기처럼 차면 안 된다는 걸 배웠어요. 물 위에서 그렇게 힘을 썼다간 발목이 고장날 수 있다는 경고도 들었습니다. (또 처음 오리발+처음 중급반에 갔을 때는 체력도 받쳐주지 못해 더 버벅였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몸에 힘을 빼고, 급하게 팔과 다리를 움직이지 않고 물에 흐름을 맡기니 조금씩 적응이 되더군요. 말그대로 인어에 한 발짝 더 다가간 기분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내 맘같지 않았던 오리발도 점점 짱짱하게 전진하는 부스터가 되어줬고요.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같은 반 동료인 어머님들은 이미 숏핀과 함께 인어처럼 유유히 헤엄을 치시더군요. 언젠가는 저렇게 여유로운 인어가 되겠노라 하면서 오리발에 입문했던 날을 기록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