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수욕장 #스노클링 #울산계곡 [6편] 바다수영 성공담과 계곡수영 실패담
남도스포츠인이 전하는 수영 이야기 여섯 번째입니다. 지난주 레터에서 예고한 대로 바다와 계곡 수영 후기를 담아왔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늘 우리의 기대 같지 않기에 누군가는 성공적인 경험을, 또 누군가는 실패로 깨달음을 얻었다는데요. 여전히 더운 8월 한복판, 그 이야기를 정리했어요.
오늘도 시원하고 자유롭게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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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의 바다 수영, 어땠을까- by 물개
양일에 걸친 제주 바다수영 여행이었습니다. 날씨 운이 좋아서 이틀 모두 맑은 날이었어요. 이때의 경험은 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여행의 주 목적이 '바다 수영'이었거든요. 이런 적은 처음이었어요. 매번 바다는 잠시 들러 발만 담그는 곳이었는데, 본격 수영을 하면서 바다라는 장소에 대한 생각이 '흠뻑 빠져야 하는 곳(?)'으로 아예 바뀌었습니다.
그렇지만 바다는 호락호락하지 않더라고요. 흔히 책에서 만난 바다에 대한 묘사는 '포용심이 넓다' '모든 것을 받아준다' 등 푸르른 빛깔과 장엄한 풍경의 비례한 긍정적 표현들이 많은데, 실제로 들어가니 이렇게 짤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첫째 날 김녕해수욕장에서는 스노클링 장비 착용에 애를 먹었고요. 평소 실내수영장에서 다진 수영 실력이 바다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는 것도 경험했어요. 거듭 물을 먹으면서, 당최 적응할 수 없는 짠맛에 헛구역질까지 했습니다.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죠. 또 첫 해수욕장에는 사람들이 많았던 탓인지, 물속 시야 확보가 원활하지 않았어요. 조금만 깊어지면 금방 어두워지는 바닷속을 맞닥뜨리면서 두려움도 생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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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은 혼자서 바다에게 모조리 삐친 날이었어요. 사실 바다는 그대로였는데 저의 마음만 널뛴 것이겠죠. 제멋대로 기대해놓고 제멋대로 실망했습니다. 물론 바다도 너무한 면이 있었어요. 염분이 많아 밀도가 높기에 몸이 쉽게 뜬다는 과학 시간의 말을 믿고 바다에 들어섰는데, 쉽게 뜨지도 않을 뿐더러 밀도 높은 염분만 느껴졌죠. 파도는 왜 그리 삐뚤빼뚤 아무렇게나 와서 또 별안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구는지. 잠시 쉬러 나온 모래사장에서는 파라솔을 명목으로 자릿세를 받는 관리업체* 직원분들까지.
*실제로 ‘해수욕장’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곳에는 해수욕장이용및관리에관한법률에 제19조 1항에 따라 해수욕장은 관리청이 직접 관리 운영해야 한다고 돼있다. 우리가 만나는 해수욕장의 샤워실, 화장실, 파라솔 대여, 라이프 가드 등등은 관련 법령에 따라 진행된다고 한다.
사실 이게 다 제 수영이 바다 앞에서 초라해진 것뿐인데, 미워할 100만 가지 이유를 찾아서 제 미움을 합리적으로 해석하려 한 것이었습니다. 제 비루한 마음이었죠.
그런 마음으로 다시 고개를 들고 해수욕장에 있는 다른 사람의 표정을 바라봤습니다. 다들 평온해보이더라고요. 바다와 그저 놀아야 했었는데 죽자고 덤벼든 사람의 첫 바다 수영이었습니다.
바다 수영을 포기할까도 했습니다. 한 번 더 바다 수영을 하러 가는 일도 취소하고 다른 활동을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고요. '제주에는 흥미로운 것이 많으니 굳이 바다 수영을 할 필요가 있을까?' '사서 또 고생하는 게 아닐까?' 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집에 가면 억울할 것만 같더라고요. 바다는 이기고 지는 걸 생각하고 있지 않겠지만, 저는 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또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즐거운 휴가를 보내고 있으니까 더 바다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그래서 휴가 마지막날 이른 아침, 서둘러 바다로 향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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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코난 해변'이었습니다. 코난 해변은 파도가 없는 곳이었고, 해수욕장이 아닌 해변이라는 명칭답게 관리인도 따로 없어서 비공식적으로 해수욕을 즐기는 곳이었습니다.
이른 아침에 도착한 코난 해변에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코발트빛보다 푸르다는 해변에 대한 소문처럼 맑고 고운 곳이었습니다. 모든 것들이 조화로워 보이는 환경에서 수영한다는 생각에 전에 겪은 시간은 금방 잊은 채 잔뜩 들뜨기만 했습니다.
첫째 날의 시행착오를 덜고자 일단 스노클링 장비를 보다 확실하게 착용하고자 했습니다. 알고 보니 스노클은 마스크 왼편의 마스크 스트랩에 정확히 부착하고, 마스크의 끈을 조절하여 자신의 얼굴에 맞춰주는 것이었어요. 실리콘으로 부착된 코 주변으로 지속해서 바닷물이 들어오곤 했는데 완전 타이트하게 마스크를 착용했고, 스노클 대롱을 무는 방식도 저번과는 다르게 시도했습니다.
마침내 둘째 날의 수영은 보다 수월했습니다. 코난 해변은 보이는 것처럼 바닷속도 찬란했고 투명했어요. 스노클링 장비에도 바닷물이 덜 들어오면서 한번에 꽤 오랫동안 잠수를 할 수 있었고, 더 많은 것들을 바다 안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아래로 다니는 물고기들의 헤엄도 볼 수 있었고, 바닷속 지형 지물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속속들이 바라볼 수 있었죠.
바다에 대한 미웠던 마음이 두 번째 수영을 통해 사르르 녹게 되었습니다. 라이프가드가 없는 코난 해변에서는 더 깊어지는 곳까지 들어갈 수 있었는데, 첫날 겪은 어두운 색의 두려움도 코발트 빛으로 바뀌었습니다.
또 코난해변 주변에는 지층의 틈새를 통해 지표로 솟아나는 물인 용천수가 튀어나온다고 하는데요. 깊은 물로 들어갈수록 급격히 차가워지는 수온을 통해 용천수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어요. 짧은 시간의 수영이었지만 결코 짧지 않은 바다에 대한 마음을 안고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바다 수영에서는 두 번째 바다 수영을 상상하기도 싫었는데, 저도 모르는 사이에 세 번째, 네 번째 바다 수영을 상상하고 예약하게 되었습니다.
다음에는 바다가 어떤 것들을 보여주게 될지 기대하는 마음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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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도 추울 수 있는 곳 - by 인어
저는 울산 울주군의 석남사 계곡을 찾았습니다. 사실 계곡을 잘 모르지만, 이번 여행에선 뛰어난 안내자(장인어른)가 계셨기에 저는 전혀 몰랐을 새로운 장소를 찾았어요. 3살 아이와 함께 온가족이 구불구불 도로를 지나 석남사 계곡에 다다랐습니다.
웬걸, 도착하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다행히 강한 비는 아니었습니다. 흩뿌리듯 비가 내렸어요. 사실 노는 데는 문제 없는 정도였지만, 불안했죠. 하늘도 그리 쨍쨍하지 않았거든요.
계곡의 물소리는 정말 시원했습니다. 물에 발을 담그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가족, 열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물을 끼얹은 아이들의 모습도 보였죠. 저도 용기를 내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준비한 래쉬가드와 수영복도 입었어요. 아이도 준비한 수영복을 입었죠.
하지만 역시나, 물은 차가웠습니다. 정말 차가웠어요. 저조차 상반신을 넣을 수 없겠다 싶었어요. 아이도 발만 들어가도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아쉬웠어요.
온전한 수영, 물놀이는 즐기지 못했지만 그래도 수확은 있었습니다. 계곡의 물이 얼마나 맑은지 제대로 확인했어요. 아이를 챙기고, 비오는 걸 신경쓰느라 물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입니다. 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은 물이 흐르는 광경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미리 준비한 김밥을 가족과 나눠 먹으며 도란도란 나눈 장면도요.
몸을 물에 담그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근처 온천에서 풀었습니다. 석남사 계곡 초입에 마침 가지산 온천이라는 곳이 있더군요. 말그대로 '로컬' 분들이 찾는 온천이었습니다. 시설은 오래됐지만, 물만큼은 뜨끈하고 깨끗한 곳이었습니다. 체온과 온도가 비슷한 미끈한 물의 온천에서 아이가 신난듯 몸을 담근 모습이 생각나네요.
설레는 마음으로 계곡 수영을 할 줄 알았지만, 직접 마주한 건 생각보다 더 차가운 물이었어요. (아쉬운 날씨도 한몫했지요) 하지만 그 덕분에 뜨끈한 온천으로 이어진 여유로웠던 순간들은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아마도 내년에 아이가 한 살 더 먹어 열기를 주체하지 못할 때는 계곡 수영도 즐겁게 할 수 있겠죠? 실패했지만, 다음을 기약하게 하는 계곡 수영이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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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여섯 번째 남도스포츠 레터, 재밌게 읽어주셨나요? 사실 이번 레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희 에디터들에게 즐거운 소식이 있었어요. 스티비 크리에이터 트랙에 선정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덕분에 더 힘차게 뉴스레터를 만들 수 있게 됐어요. 이 기회는 우리의 레터가 더 많은 분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잘 활용하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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