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저널리즘에서 라이벌 구도는 자주 다뤄지는 소재입니다. 스포츠는 승부의 세계이기 때문에 주인공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는 두 사람의 얘기는 시작부터 흥미롭기 때문인데요. 더군다나 국가까지 껴들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더욱더 긴장감이 배가됩니다.

한국과 일본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조용한 관계였던 적이 없습니다. 이 얘기까지 하려면 저희 자유형 뉴스레터와는 다소 거리가 먼 얘기일 테니 이만 줄이고, 두 국가는 스포츠 세계에서도 자연스럽게 앙숙 관계로 접어들게 됩니다. 이런 대결 구도 속에서 자연스럽게 각 나라를 대표하는 스포츠 선수들도 라이벌 관계가 되는데요.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와 아사다 마오 선수,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상화 선수와 고다이라 나오 선수까지 이들의 뛰어난 기량과 함께 봐왔던 첨예한 이야기는 국민들을 말 그대로 울고 웃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한 선수를 일방적으로 응원하고 다른 한 선수의 실수만을 바랐던 사람들도, 두 사람이 쌓아 올린 두터운 시간에 초대됨으로써 두 사람 모두를 응원하게 된 순간을 다들 한 번씩 맞이했을 것입니다.

여기 수영에서도 오랫동안 라이벌이 된 한일 선수들이 있습니다. 바로 김서영 선수(이하 김서영)와 오하시 유이 선수(이하 오하시 유이)인데요. 두 선수는 개인혼영 200m, 400m 종목에서 주로 맞붙었는데요. 개인혼영 종목은 한 명의 영자가 접영, 배영, 평영, 자유형 순서로 진행하는 경기로, 수영의 종합 능력을 겨루는 종목입니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두 선수는 아마도 포디움 자리를 두고 경합을 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서영은 1994년생이고 오하시 유이는 1995년생입니다. 생물학적 나이가 비슷하기 때문에 둘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선수 경력을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국제 대회에서 자주 맞붙게 됐죠. 어느덧 두 선수는 수영 종목에서 발군의 실력을 쌓아올리며 각 국가를 대표하는 수영 선수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이제 수영 선수로서 두 선수는 나란히 고참이 되었는데요.

한국 언론에서 둘의 관계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려집니다. 김서영의 활약에 따라 오하시 유이에 대한 한국 언론의 언급도 많아진 것이기 때문인데요. 2017년 세계수영선수권 당시 개인혼영 200m 오하시 유이는 2위, 김서영은 6위를 차지합니다. 바로 1년 뒤에 열린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개인혼영 200m 세계 랭킹 1위였던 오하시 유이의 금메달은 단연 유력했는데요. 이때, 김서영은 한국 신기록을 수립하면서 오하시 유이를 제치고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이후 도쿄올림픽에서 다시 만나게 된 두 선수는 오하시 유이가 다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김서영은 아쉽게 결승에 진출하지 못하게 됩니다.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어깨의 불편함을 느낀 김서영이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대회를 맞이했기 때문인데요. 당시 올림픽이 코로나 이슈로 연기됐을 때 부상도 더해져 심정적으로 부담을 느낀 김서영은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보다 가벼운 마음과 컨디션으로 오하시 유이와의 승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김서영은 오하시 유이에 대해 “같은 아시아 무대에서 좋은 경쟁을 펼치고 있는 친구이자 라이벌.”이라고 하면서 “유이 선수는 나보다 좋은 기록을 가졌고, 내 입장에서는 쫓아가는 것. ”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요.

또한, 김서영은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두고 자신한테는 마지막 아시안게임이 될 것 같다고 얘기하며 수영 선수로서의 후반부에 대한 뉘앙스도 내비친 바 있습니다. 오랫동안 라이벌이면서 물빛 인연을 이어온 김서영과 오하시 유이의 이야기는 아마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또 한 번 진하게 쓰일 것이라 예상합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두 선수 일정

9월 25일 월요일

11:00-13:00 여자 개인 혼영 200m 예선

20:30-22:30 여자 개인 혼영 200m 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