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수영하는 고양이를 본 적 있나요? 고양이는 보통 물을 아주 싫어하기로 알려졌는데요. 여기 물과 친해지기 위해 수영 교실을 오픈한 고양이들이 있습니다. 수영은 처음이라옹! 야옹이들의 고양이 역사상 가장 용맹한 도전을 담은 그래픽 노블, 신현경 글, 노예지 그림의 <야옹이 수영 교실> 입니다.

야호 마을에 사는 야옹이(야호 마을에서 어린 고양이를 부르는 말) ‘나루’, ‘밍크’, ‘배배’는 여름 방학을 맞아 호숫가에 놀러 갑니다. 축구도 하고 고등어 쿠키도 먹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던 세 야옹이는 갑작스러운 폭우를 만나는데요. 거세게 내리는 비에 캠핑장에 사는 ‘프릴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야옹이들은 마을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이상 기후로 비는 사흘 동안 그치지 않았고, 야호 마을의 도로와 집은 물에 잠기게 됩니다.

수해를 입은 고양이들은 언제 또다시 태풍이 올지 모르는 두려움에 떨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회관에 모여 태풍 대비책을 세우는데요. 여러 의견이 오가는 가운데 야호 마을에 새로 이사 온 고양이 ‘하오’는 고양이들이 수영을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모두가 말도 안 된다며 당황했지만, 다른 마을 고양이들은 수영을 할 줄 안다며 하오는 주민들을 설득했습니다. 이번 비로 물에 빠져 큰일 날 뻔한 고양이들은 고민 끝에 수영의 필요성을 느끼고 수영장부터 만들기로 합니다.

그렇게 열린 야옹이 수영 교실! 생존을 위한 기초 수영을 배우는 자리이기 때문에 야옹이는 필수로 참석해야 합니다. 원래 축구장을 지을 자리에 수영장이 들어서게 돼 마음이 상한 축구 사랑 나루, 수영이 뭔지 모르지만 기대되는 밍크, 물이 너무 무섭기만 한 배배까지 각자 물안경을 챙겨 야옹이 수영 교실로 향합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수영이라는 새로운 도전 앞에 긴장하고, 기대하고, 도망치고, 실수하는 야옹이들은 물과 친해질 수 있을까요?

처음 책을 보기 전에는 야호 마을의 야옹이들은 물을 좋아하는 아주 독특한 고양이들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이 마을 고양이들 역시 여느 고양이처럼 몸에 물이 닿는 것을 싫어하죠. 그런 고양이들이 이상 기후로 인해 심한 폭우 피해를 입어 생명과 안전을 위해 기초 수영을 배우게 된다는 이야기가 귀여우면서 대단하다고 느껴졌어요.

용맹하게 수영을 배우기로 한 야옹이들은 바로 물과 친해지는 데 성공했을까요? 왠지 야호 마을의 야옹이들은 물에 풍덩 뛰어들며 금방 적응하지 않을까 기대해 보았는데요. 처음 하는 경험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은 고양이들에게도 똑같았어요. 고양이 앞에 선 ‘쥐'처럼 물 앞에서 선뜻 들어갈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잔뜩 웅크려 있죠.

이래서 수영 수업이 가능할까? 의심하던 중 하오 코치는 수영장 주변을 걷는 것부터 시작하는데요. 그 후 수영장에서의 규칙 배우기, 준비운동 배우기, 발만 담그고 발장구치기, 물속에 들어가서 팔로 원을 그리고 그 안에서 숨 쉬어 보기, 음파 호흡해 보기, 물속에서 친구랑 가위바위보 해보기 등을 통해 천천히 물과 가까워집니다. 책에 야옹이들이 물에 멋지게 뛰어드는 장면은 없지만, 풍덩 뛰어들기 위해 수영장 주변을 천천히 걷는 것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는 과정은 생존 수영을 배우는 어린이들에게도, 처음 수영을 배우는 어른들에게도 큰 응원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아무래도 귀여운 고양이 그림인데요. 책을 읽는 내내 고양이들이 수영을 배운다는 설정을 더 재밌게 만들어 준 데 그림이 큰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과 고양이의 조합은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데, 포근한 그림체로 그려진 고양이들이 수영을 배우는 모습은 정말 사랑스러웠거든요.

이렇게 귀여운 고양이 그림을 그린 작가는 노예지 화가입니다. 바쁜 나를 대신해 고양이가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고양이 그림을 그려온 화가는 종이에 연필로 스케치하고, 수채화 물감으로 채색하는 원화 작업을 고수한다고 하는데요. 원화 작업은 디지털 작업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수정도 어렵지만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즐겁고, 이 즐거움이 곧 그림을 그리는 이유라고 합니다. 꼭 책에서 야옹이들이 수영을 배우는 과정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사실을 알고 그림을 다시 보니 화가가 정성껏 그린 고양이들이 더 생동감 넘치고 반짝반짝 빛나 보였어요.

책이 써진 가장 큰 배경은 초등학교 정규 교육 과정으로 의무화된 생존 수영 수업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위급 상황에 대비해 생존 수영을 배워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고, 2014년부터 어린이들은 학교에서 필수로 수영을 배우게 되었죠. 수업에서는 영법을 가르친다기보다는 물에 뜨는 방법, 위급 상황 시 구조법 등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필수 교육을 진행하는데요. 야옹이 수영 교실에서도 실제 생존 수영 수업에서 배우는 물에서 숨쉬기, 물에 뜨는 방법 등을 똑같이 다뤄서 생존 수영을 배우는 어린이들이 공감하기에 좋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책에는 물을 무서워하는 야옹이, 수영을 잘 모르지만 기대를 하는 야옹이, 수영보다는 축구를 훨씬 좋아하는 야옹이까지 다양한 야옹이들이 나오는데요. 글을 쓴 신현경 작가는 책이 생존 수영을 편하게 배우는 어린이들에게도, 억지로 배우는 어린이들에게도 물과 가까워지고, 응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야호 마을의 야옹이들은 물과 점점 친해지고, 마을의 고양이들도 수영장에 자주 가게 되는데요. 어느 날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 수영을 가르치는 하오 코치에 대해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막 꺼내려는 장면으로 책은 마무리가 됩니다. 아무래도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는 것 같죠? 다행히 <야옹이 수영 교실> 은 2권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니, 다음에 또 소식을 전해보겠습니다.

그래픽 노블 <야옹이 수영 교실>과 함께 수영인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수영 드로잉 전시가 있어 소개합니다. 바로 이영채 작가의 HAPPY POOL DAY 전시입니다.

작가는 아무리 노력해도 물에 뜨지 않아 수영은 포기하고 있었는데, 올해 수영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평영도 하고, 수영 장비를 보며 이것저것 사고 싶어 하는 수영인이 다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수영하며 새로운 재료 테스트 겸 재미 삼아 수영 드로잉을 시작했고 좋은 기회로 전시를 열게 되었다고 합니다.

작가는 지금까지 수영 드로잉과는 약간 다른 느낌의 그림을 그려왔는데요. 수영하며 느끼는 기쁨을 하나둘씩 그리다가 기존과 다른 새로운 그림들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전시에서는 작가의 그림 생활에 한 챕터를 더하는 느낌으로 즐겁게 작업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마침 제가 살고 있는 곳 근처에서 전시가 이루어져 반가운 마음에 다녀왔는데요. 휴대폰 화면을 통해 보던 그림들을 실제로 보니 더욱 따듯하고 포근했습니다. 특히, 물속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을 흐물흐물한 선으로 표현한 그림들이 정말 귀여웠습니다. 수영장에서 물속의 나 또는 수영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 물결에 일렁일렁한 모습으로 보이는데 그 모습을 재치 있게 표현한 모습에 그림을 보는 내내 웃음이 새어 나왔어요.

작가의 수영 드로잉 원화와 엽서, 스티커, 포스터, 제작 수모 등 굿즈도 판매하고 있었는데요. 파스텔톤의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흐물흐물 수영하는 모습을 그린 엽서는 보자마자 구매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전시는 이번 주 일요일 9월 17일까지 고양시에 위치한 페이퍼룰러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레터가 도착하는 시점에서는 바로 내일까지네요! 주말에 혹시 시간이 되면 한 번 방문해 보기를 추천합니다. 혹 방문이 어려워도 페이퍼룰러 홈페이지에서도 작가의 작품을 보고 구매할 수 있습니다. 수영 드로잉과 함께 늦여름의 수영의 기쁨과 시원함을 동시에 만끽하길 바라면서 제가 찍은 전시 풍경 영상을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