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은 원래 체조 선수들이 안전하게 공중 동작을 연습하기 위해서 시작된 스포츠라고 해요. 당시에는 훈련 도구인 트램펄린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못해서 체조 선수들이 높은 곳에서 물에 뛰어들며 연습해야 했는데, 그 길로 다이빙이 탄생한 것이죠. 무에서 유로 만들어진 스포츠도 있지만, 다이빙은 유에서 유로 만들어진 것 같아 도리어 이유 있는 스포츠인 것 같습니다.

오늘날 다이빙 종목은 두 가지 구조물에서 진행됩니다. 1m, 3m와 같은 낮은 곳에서는 뜀틀의 탄성을 활용한 스프링보드와 5m, 7.5m, 10m에서는 고정된 지점인 플랫폼을 활용합니다. 하계 올림픽 종목으로는 3m 스프링보드다이빙과 10m 플랫폼다이빙이 있는데, 각각의 구조물에서 선수가 도약해 공중 동작을 하고 입수 동작으로 퍼포먼스를 마무리합니다. 이때 도약의 높이와 거리, 공중 동작 자세의 정확성, 입수 각도로 인한 물보라까지 선수가 도약해 물에 닿는 모든 시점까지 채점 대상이 됩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싱크로 다이빙의 경우에는 두 명의 선수가 동시에 다이빙을 구사하는데요. 다이빙 동작이 서로 동일하기도 하고 때로는 반대 방향 연기를 펼치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한 채점 대상에 두 선수가 얼마나 완벽히 일치하는 동작을 보여주었는지를 판별하는 동시성(일체감이라고도 함)도 포함되는데요. 선수들은 동작 하나하나는 물론이고 채점대상은 아니지만 도약 지점으로 걸어가는 걸음걸이부터 심호흡의 박자까지도 맞춘다고 하는데요. 싱크로 다이빙을 보고 있으면 두 사람이 절묘하게 마음이 이어지는 순간을 꼭 스포츠로 재현되는 것 같습니다.

다이빙은 기계체조와 유사한 부분이 있어서 선수들에게 힘과 유연성, 반사신경, 평형감각을 요구합니다. 실제로 다이빙 선수들은 물에서 훈련하는 시간만큼 지상에서의 훈련으로 상당한 시간을 보냅니다. 공중에서 활용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 강도 높은 훈련을 지상에서 진행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라이프가드 교육을 받으러 다이빙풀에 갔을 때, 매트를 깔고 일정 시간 동안 지상 훈련을 받는 다이빙 선수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다이빙 경기를 지켜보면 선수들이 구현하는 기술에 아름다움을 느끼는 동시에 짜릿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짜릿함은 아마도 관찰자 시점에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뛰어들 때 선수가 느낄 공포심과 연관이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선수들이 훈련 도중에 많은 부상을 입기도 하는데, 매번 뛰어들 때마다 부상에 대한 염려로 아무리 경험이 많은 선수라도 일정한 공포심을 갖을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다이빙 경기는 보통 지켜보는 사람들 모두가 숨죽인 채 진행되는데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자신을 이겨내야 하는 선수의 순간을 침묵으로써 응원하는 것이죠. 선수는 물보라와 함께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에 기다렸다는 듯 박수와 갈채가 대신합니다. 다이빙은 분명 스포츠이기도 하지만 연극적인 순간을 곳곳에서 빚고 있습니다. 관객이 된 관중들도 포함해서 말이죠.

지난주 게시판을 통해 소개한 박물개님의 다이빙 이야기를 보자마자 저는 ‘아니 일반인도 다이빙을 배울 수 있다니?!’ 라고 외쳤어요. 나름대로 수영 생활을 오래 지낸 1n년차 수영인이지만 이 이야기는 처음 들었거든요. 호기심이 제대로 발동해 그 길로 오늘은 생활 체육으로서의 다이빙 강습에 대한 몇 가지 정보를 가져와 봤습니다.

수영 강습을 받다 보면 스타트를 배우게 되죠. 다이빙은 일반적으로 수영을 배울 때 하는 스타트 연습과는 아예 다른 운동입니다. 수영 강습 시 스타트를 다이빙풀에서 배우기도 하고, 스타트와 다이빙이라는 용어를 혼용해서 쓰는 경우가 있어 다이빙 강습을 스타트 강습으로 혼동하고 신청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 다이빙은 높은 곳에서 깊은 물로 떨어지는 운동

또한 다이빙은 물에서 헤엄치는 운동이 아닌, 높은 곳에서 아래(물)로 떨어지는 운동인데요. 이 때문에 다이빙 강습의 조건은 조금 까다롭습니다. 다이빙 강습은 다이빙을 배운 경험이 있거나, 평영까지의 영법이 가능한 사람만 수강이 가능합니다. 기본적으로 수영을 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죠. 또한 수영할 줄 알더라도 강습은 깊은 수심의 다이빙풀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수심 5m 풀에서도 수영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일반 수영 강습에 비해 조금 더 고려해야 할 부분

첫 번째는 부상의 위험입니다. 다이빙은 높은 곳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운동이기 때문에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관절이 약하거나 수술 경력이 있다면 강사님과 충분한 사전 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입수 시 수면에서의 마찰로 인한 부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가볍게는 몸에 멍이 드는 부상이 있을 수 있고, 배나 등으로 잘못 입수할 경우 큰 마찰로 인해 순간적으로 호흡 곤란이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업 중 부상 및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강사님이 꼼꼼히 수강생분들을 봐주고 항상 안전요원 분들이 동행하니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닙니다.

두 번째로 다이빙은 강습 시 수모, 물안경을 착용하지 않고 하는 운동입니다. 다이빙은 경영과 달리 선수들의 평균 입수 시간이 20초 내외로 짧고, 기술과 예술성을 함께 겨룹니다. 따라서 인체의 미를 가장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위해 수모 착용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수모는 선택사항이고 일반적으로 착용하지 않는 것이죠. 하지만 수경은 부상 위험으로 인해 착용하지 않는 것이 필수사항입니다. 운동 중 원활한 시야 확보를 위해 다이빙 시 끝까지 눈을 뜨고 입수하는 방법을 배우고, 안전한 퇴수를 위해 물속에서도 눈을 뜨는 훈련을 받습니다. 물속에서 눈을 뜨기 어렵거나, 평소 도수 수경을 착용하는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이빙 강습은 크게 지상 훈련, 다이빙 실습으로 진행됩니다. 프로그램, 강사에 따라 자세한 내용은 상이할 수 있지만 보통 30~40분의 준비운동을 포함한 지상 훈련 후 다이빙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지상 훈련을 위해 샤워 후 다이빙장 입장 시 몸의 물기를 잘 닦고 나오는 것이 좋고, 준비물로 반팔, 반바지 등 편한 복장과 수건을 지참해야 합니다.

다이빙은 유연성과 몸의 균형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상 훈련 시 이 부분을 집중으로 다룹니다. 유연성을 위한 기본 스트레칭부터 코어 강화를 위한 레그레이즈 등의 복근 운동, 균형을 위한 물구나무서기 등의 운동을 합니다. 그리고 정확한 입수 동작을 위한 점프, 버티기를 연습합니다.

이후 다이빙을 처음 배우는 분들은 다이빙대를 체험하는 시간을 갖는데요. 플랫폼 (1M, 3M, 5M, 7M, 7.5M, 10M)과 스프링보드 (1M, 3M)에 올라가 보면서 뛰어야 할 높이를 익힌다고 합니다. 직접 다이빙대에 올라가 보지 않으면 높이가 체감이 안 되는데, 처음에는 1M, 3M 높이도 생각보다 무서운 것이죠.

다이빙대가 익숙해지면 낮은 높이부터 다이빙을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고정 플랫폼에서 발부터 물속으로 입수하는 다이빙의 기본자세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3가지의 공중자세와 6가지의 회전 방향을 조합한 다양한 동작들을 연습합니다.

그렇다면 다이빙은 어디서 배울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가 다이빙을 배울 수 있는 곳은 단 5곳뿐입니다. 공공수영장에서 열리는 다이빙 강습은 고양 고양체육관, 대전 용운국제수영장 두 곳이 있고,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제2수영장,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 울산 문수실내수영장에서는 개인 또는 다이빙 동호회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강습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고양체육관 근처에 살고 있어 다이빙 강습 신청에 도전해 볼 수 있는데요. 다이빙풀이 있는 수영장 숫자에 비해 다이빙 강습은 턱없이 부족해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이빙이 경영에 비해 위험성이 있는 운동이라 공공수영장에서는 강습 개설하는 것을 꺼린다고 하네요. 이미 많은 수영인들이 즐기고 있는 프리다이빙, 스쿠버다이빙처럼 유연성과 근지구력을 바탕으로 물에 뛰어드는 짜릿함과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플랫폼다이빙, 스프링보드다이빙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면 좋겠습니다.

여기 청약 통장을 깨고 집과 자동차를 팔면서 국내 유일의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최병화 선수인데요. 최근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27m 하이다이빙 종목으로 참여한 그는 누구보다 하이다이빙에 진심인 사람입니다. 제도적 지원이 전무하고 하이다이빙 훈련을 할 수 있는 시설이 국내에 부재한 상황에서 그는 국내 바다의 다이빙 포인트를 찾아다니면서 훈련을 이어왔다고 합니다. 여러 차례의 답사로 지형지물에 대한 조사부터 다이빙 포인트에 접근하기 위해 클라이밍 전문가와 동행하는 등 갖은 노력으로 국내 유일의 하이다이빙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데요. 아파트 10층 높이에서 낙하 속도가 100km에 다다르는 하이다이빙 종목은 선수에게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종목이기도 합니다.

하이다이빙이 클리프 다이빙과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에서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 채택된 지 이제 10년이 됐고, 국내에서는 사실상 인지도가 거의 없는 종목이었는데요. 열악한 상황에서도 착실한 애정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온 최병화 선수 덕분에 점점 더 많은 이들이 하이다이빙 종목에 매료되고 있습니다. 최병화 선수가 더욱더 안전하고 윤택하게 선수 생활을 이을 수 있으려면 보다 많은 이들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