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대회 접수할 때에는 별 마음이 없었어요. 그저 참가의 의의를 두었고, 공식 기록이 생긴다는 것 정도가 관심 대상이었죠. 혼자였다면 선뜻 대회 접수하기 어려웠을 텐데, 함께 수영하는 동료들이 나가보자는 제안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접수한 대회는 <2023 고양특례시장배 장애인어울림수영대회>였어요. 50m 레인을 보유하고 있는 고양체육관 실내수영장에서 대회가 진행됐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대회였습니다. 대회는 초등부, 청소년부, 성인부로 나눠 진행됐고, 성인부 경기의 경우 오후에 치러졌습니다.

개인 종목 2가지와 단체 종목 2가지에 참가해야 했는데, 개인 종목으로는 접영 50m와 자유형 50m 종목에 신청했습니다. 평소에 가장 자신 있는 영법이 접영이고, 그다음이 자유형이었던 터라 자연스럽게 개인 종목으로 그렇게 고르게 되었습니다. 단체 종목은 4명의 영자가 모두 자유형을 하는 혼성 계영과 4명의 영자가 각각 다른 영법으로 레이스하는 혼성 혼계영이 있었는데요. 혼성 혼계영의 경우, 대회 취지에 따라 장애인 선수와 팀을 매칭하고 참여했습니다.

마침내 대회 당일이 밝았고, 달뜬 마음으로 대회장으로 향했습니다. 본격적인 경기 시작 전에 워밍업 시간이 있었는데, 반드시 사수해야만 했어요. 왜냐하면 워밍업하는 동안에 물감을 익힐 수 있을뿐더러 스타트대에서 점프해볼 수 있었는데, 스타트대를 이용해본 적 없던 저로서는 꼭 필요한 시간이었거든요. 대회장에 조금 늦게 도착해 얼른 옷을 갈아입고 스타트대로 향했을 때는 이미 저와 같은 마음의 참가자들이 스타트대 앞에 줄을 서 있었어요. 이미 대회 경험이 많은 이들은 스타트대에 오르는 자세부터 남다르더라고요. 또한, 이들 사이에 있다 보니 묘한 긴장감도 흐르는 것 같았습니다. 몇 번의 스타트 연습을 마치니 장내에는 대회 시작을 알리는 방송이 울렸습니다.

대망의 첫 종목은 혼성 혼계영이었습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저희 팀과 함께할 발달장애인 선수 경민을 만났습니다. 주최 측에서 대회 전에는 경민 선수가 자유형으로 참여한다고 했는데, 현장에서 경민 선수의 마음이 바뀌었는지 평영으로 참가하고 싶다고 직접 의사를 밝혔습니다. 저희 팀의 평영 주자가 흔쾌히 자유형 종목으로 바꾸면서 경민 선수와 한 팀을 이뤄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잔뜩 신나 보이는 경민 선수를 만나니 대회가 임박했음을 십분 느낄 수 있었어요.

혼계영은 배영으로 시작해 평영, 접영, 자유형 순으로 진행됩니다. 처음 배영 주자는 바로 저였어요. 심판들이 배영 출발을 도와주는 도구인 렛지를 각 스타트대에 설치하고 의자에 앉아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배영 주자가 자리에 위치했고, 레인과 팀명을 호명하는 방송이 들렸습니다. 심판장의 여러 번의 호각 소리와 함께 참가자들이 입수했고, 배영 스타트 준비 자세를 취했습니다. 그리고 수영 출발 구호 'Take your marks'와 연이은 호각 소리로 날아가듯 힘껏 출발!

처음에는 남아 있는 종목들이 있으니 체력 안배를 해야 하나 싶었는데, 입수하자마자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사력을 다해서 다음 주자에게 무사히 바통을 넘겨야만 했죠. 평소 25m 수영장에서 주로 수영했던 탓에 50m 수영장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길게 느껴졌습니다. 아무리 팔을 휘저어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거의 지칠 무렵 벽에 다다랐고, 경민 선수가 물속으로 뛰어드는 것을 확인하고서 그제야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물 밖으로 나와 저희 팀의 멋진 수영을 바라보면서 이름을 연호하며 열심히 응원했습니다. 영자로 참여할 때보다 오히려 응원할 때 대회의 벅참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무사히 결승선 터치 패드를 누른 저희 팀 선수를 보면서 온 세상에 자랑하고 싶었는데, 아직 종목들이 한참 남아 간신히 참았습니다.

다음 종목은 바로 접영 50m였어요. 평소 대회 준비를 따로 하지 못했는데, 접영만큼은 자유 수영 시간을 활용해 꾸준히 준비했습니다. 방금 전 단체 종목을 마쳐서 가쁜 숨이 채 잦아들지 않았지만, 스스로 핑계 삼지 않기로 다짐했습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수경과 수모 매무새를 다듬고 스타트대에 올라 출발! 첫 종목인 혼계영을 무사히 마치고 나니 자신감이 붙어 준비한 레이스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저만치에 앞사람을 신경 쓰기 보다 내 호흡과 스트로크에 집중했고, 양손으로 터치 패드를 찍고 전광판을 확인하니 3등이라는 순위와 예상했던 것보다도 기록이 좋게 나왔습니다.

이후 저희 팀 선수들의 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켜보며 열심히 응원했습니다. 중간에 자유형 종목도 소화하기도 했고, 서로의 레이스가 어땠는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마지막으로 혼성 계영까지 무사히 마치면서 아무도 다치지 않고 첫 대회를 잘 마무리 지었습니다. 저와 저희 팀에게는 잊지 못할 수영 경험이 생겼다며 뒤풀이 때 몇 시간이고 얘기를 나눴습니다. 높게만 느껴졌던 스타트대에서 힘껏 출발해서 터치 패드를 찍으며 전광판을 확인하는 순간까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로를 연호하는 장면 모두를 포함해 말이죠.

유튜브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의 수영 대회 영상이 즐비합니다. '선수 출신이 아님에도 빠른 수영인들이 정말 많이 있구나.'를 새삼 느끼는데요. 오늘 소개할 영상은 대회 영상이긴 하지만 속도를 겨루는 것에 목표를 두지 않습니다. 바로 오윤아 배우의 발달장애 아들 송민 군의 수영 대회 이야기인데요. 오윤아 배우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는 송민 군은 수영을 오랫동안 즐긴 수영인이기도 합니다. 해당 영상 말고도 수영을 즐기는 송민 군의 모습은 다른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송민 군은 해당 대회에 개인 종목으로는 평영 종목을, 코치님과 함께하는 릴레이 종목으로는 자유형 종목에 참가했습니다. 송민 군이 수영할 때 열심히 목 놓아 응원하는 오윤아 배우의 모습을 보면서 두 모자가 얼마나 대회와 수영 모두에 진심인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대회를 마치고 오윤아 배우의 말이 첫 대회를 마친 저에게도 계속 전해지는데요. “장애인하고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수영 대회나 행사들이 많이 생겼으면 한다.” 정상이라는 범주 속에서 주로 구별된 생활 반경을 지니게 된 장애인, 비장애인이 오윤아 배우의 말마따나 물속에서 자주 만나는 장면이 곳곳에서 많이 벌어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