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직장인의 새벽반 재정착기 - by 인어

오랜만에 돌아왔습니다. 인어입니다. 이직한 회사에 적응하느라 올해 초부터 수영을 놓고 살았어요. 꼬박 6개월간 강습도, 자유수영도 없이 살았습니다. 몸이 근질근질한 느낌마저 잊어버릴 정도였죠.

여름을 보내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더군요. 한번은 휴가를 가서 수영할 일이 있었어요. 오랜만에 수경을 끼고 물살을 가르는데, 너무 시원하고 좋은 거예요. 접어뒀던 접영도 살짝 해봤죠. 감은 잃었지만, 그래도 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수영장을 찾았어요. 처음에는 전에 다닌 공공 센터를 노렸습니다. 하지만 한번 떠난 버스를 잡기는 어렵더군요. 수강 신청이 더 치열해졌어요. 한번은 온라인 수강 신청 시작 시간에 맞춰 사이트를 켜놨는데, 새로고침을 누르자마자 3분간 대기가 걸렸습니다. 자리는 한 자릿수만 남았는데 말이죠. 이렇게 해선 영영 못 다니겠다 싶었습니다.

새로운 곳을 찾았습니다. 이전에 도리가 알려준 앱 ‘셩’이 도움 됐어요. 제가 일하거나 사는 곳을 중심으로 수영장을 샅샅이 뒤졌어요. 수강신청 어려움을 피하고자, 사설 수영장을 가기로 했어요. 금액이 더 높아지는 건 상관없었죠. 일단 하는 게 중요했으니까요.

제가 이번에 등록한 곳은 서울 2호선 신촌역 인근에 있는 창천교육문화관입니다. 주 2회를 신청하면, 월 10만원이죠. 기존에 다닌 센터가 주 2회 5만원 안팎이었던 거면 차이가 큽니다. 그래도 몇 가지 메리트가 있었어요. 특히 야근이 잦은 직장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조건이 있었죠. 소개하면 이런 거예요.

이렇게 쓰고 보니 마치 홍보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실질적으로 저에게 유용했어요. 왜냐하면, 일단 강습을 놓쳤을 때 대안이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저는 8월부터 다니기 시작했는데요. 이미 첫 주에 하루 출석을 놓쳤어요. 죄책감이 밀려올 즈음, 주말이 돌아왔습니다. 토요일 새벽에 눈을 떠 수영을 하고 왔어요. 확실히 강습 시간에 대한 압박이 덜하더군요.

강습이 있는 당일에 자유수영을 할 수 있는 것도 매력입니다. 체력이 더 허락한다면, 신청한 6시 수업을 듣고 밤에도 갈 것 같습니다. 제 효용을 제가 늘리는 느낌이죠.

이런 조건을 알고, 용기를 내 신청을 하고 다니고 있습니다. 현재 제 출석률은 50%. 총 6번 갈 수 있는데 3번을 갔죠. 잘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6개월 쉰 입장에선 뿌듯합니다. 10번을 채우지 못하면 제 용돈에서 회비를 내겠다고 아내와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그럼 강습과 시설은 어땠냐고요. 일단 남성 기준, 또 개인적인 시선에서 시설은 깔끔한 편이었어요. 올해 이 공간이 리모델링했다는 소식을 들었거든요. 샤워 물도 따뜻했고요. 새벽 6시 타임은 그리 붐비지 않았습니다.

강습도 저는 좋았습니다. 너무 밀착되지도, 너무 내버려 두지도 않는 선생님의 가르침이 좋았어요. 두 번밖에 참석하지 않아 부끄럽지만 자유형부터 접영까지 매시간 훑을 수 있고, 오리발도 신으면서 감을 기를 수 있는 게 좋았습니다.

과연 8월의 저는 새벽반 물살을 자유로이 가르는 인어가 될 수 있을까요? 혹시나 수태기에 빠지셨던 분, 아니면 재도약할 기회를 엿보는 분, 여전히 잘 다니고 있는 분에게 저의 재도전이 자극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더 멋진 수영인이 되어 새로운 이야기를 여러분께 전할 수 있도록 할게요!

수영과 수영장을 배경으로 한 올여름 연극 <새빨간 스피도> - by 물개

극단 신작로의 연극 <새빨간 스피도>가 바로 어제인 8월 11일 금요일부터 20일 일요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립니다. <새빨간 스피도>는 제목에 있는 수영 브랜드 ‘스피도’로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처럼 수영을 주제로 한 연극인데요. 수영과 수영장을 배경으로 경쟁에 지친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 연극을 보지 않았는데, 지금까지 공개된 무대 디자인과 배우들의 열띤 연습 현장만으로도 한 명의 관객이자 동시에 수영인으로서 극장에 가고 싶은 마음을 자연스레 품게 되었습니다.

<새빨간 스피도>의 무대는 수영장 레인을 관객들이 마주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해요. 무대 바닥에 스타트대까지 설치돼 있어 관객들이 앉은 자리가 꼭 수영장 천장이 된 것 같은데요. 관객으로서 극장에 들어가 실제로 무대를 바라보고, 해당 무대를 적극적으로 배회하고 헤엄치는 배우들의 모습을 본다면 보다 입체적 관람이 예상됩니다. 주인공 레이 역할을 맡은 경지은 배우는 서울연극센터가 운영하는 웹진 연극in에 희곡 <화목한 수영반 ,고급스러운 회원님께>을 지난 7월에 게재하기도 한 수영인이기도 한데요. 실제로 경 배우는 인터뷰에서 스노클링과 바다 수영을 즐긴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새빨간 스피도>는 미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극작가 루카스 네이스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인물 관계 속을 파고들며 현대 사회의 윤리적 모순을 주로 그리는 그는 <새빨간 스피도>로 2016년 오비상(Obie Award) 극작 부문을 수상했는데요. 연극의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수영 선수 레이는 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하루 앞두고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주변인들과 대화를 시작하지만 이내 문제가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예매는 대학로예술극장, 인터파크에서 가능합니다. 일부 장면에서 폭력과 욕설이 등장하고, 약물 사용 및 성적 행위 등의 민감한 소재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관람 주의(트리거 워닝)도 명시하고 있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다른 공연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할인 대상입니다. 바로 수영인 혹은 수영 국가대표 선수에게 30% 할인 혜택을 주는 것인데요. 수영인은 수영장 회원 카드 혹은 수영용품을 티켓 부스에서 보여주면 되고, 국가대표 선수의 경우에는 대한체육회에서 발급한 증명서를 제시하면 된다고 합니다. 주변 수영인 혹은 국가대표 선수에게 이 사실을 전해주면 아마도 반가워할 것 같습니다. <새빨간 스피도>는 월요일 극장 휴관 일을 제외하고 평일 공연은 20시, 주말 공연은 15시에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