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보며 찾은 이모저모 - by 도리

수영인의 축제 2023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모두 잘 즐기고 계신가요? 한국 수영 경영 종목에서는 황선우 선수가 실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매일 신기록이 쏟아지는데요. 그 속에서 제 시선을 끈 장면이 있었어요. 바로 오픈워터 선수들이 경기 중 물을 마시고, 경기 후에 냉수마찰을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사소하지만 오픈워터 종목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모습에 왠지 자꾸만 이끌려 몇 번이고 같은 영상을 돌려보았는데요. 이와 함께 이번 대회에서 제가 재밌게 본 오픈워터 수영의 이모저모를 소개해봅니다.

이번 오픈워터 경기는 모모치 해변공원에서 열렸어요. 대회 첫 메달리스트가 탄생한 종목이기도 합니다. 4개의 부표를 기준으로 하는 1.66km(1바퀴)의 코스에서 남여 5km, 10km 개인전과 혼성 단체전 6km 총 다섯 종목의 경기가 진행됐습니다. 오픈워터 경기는 ‘물속의 마라톤’이라고도 불려요. 별도의 예선전 없이 참여한 모든 선수가 함께 단 한 번의 레이스를 진행하는데요. 출발 지점에 일렬로 선 60여명의 선수가 일제히 물에 뛰어드는 모습은 마치 거대한 물고기 떼 같았습니다.

아쉽게도 국내 중계는 진행되지 않았어요. 경기 종료 후 World Aquatics 홈페이지와 SNS 채널에 올라오는 게시물을 통해 경기 내용을 살펴보았는데요. 특히, 세계 무대에서 오픈워터 강국이라 불리는 독일의 기세가 정말 대단했습니다. 독일은 오픈워터 개인전 종목의 금메달을 모두 획득하며 무려 4관왕에 올랐는데요. 불과 이틀 전 남여 10km에서 금메달을 딴 플로리안 벨브록, 레오니 베크 선수가 7월 20일에 펼쳐진 5km 경기에서 또다시 금메달을 차지한 것을 보고 순간 결과 창을 잘못 눌렀나 다시 확인해보기도 했습니다. 선수들이 경기를 운영한 방식도 거의 비슷해서 수영인 사이에서는 지난 10km 경기를 리플레이한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오픈워터 경기는 바다나 강 등 유속이 있는 환경에서 장거리를 수영하기 때문에 선수들에게도 어려운 종목입니다. 경기를 보기 전에는 마라톤 경기처럼 페이스 조절을 위해 쉬어가는 구간이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상상해보았는데요. 선수들은 일정한 속도로 1~2시간을 계속 수영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가끔 운영 보트와 함께 바다 위를 나란히 수영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힐 때는 왠지 그 모습이 경이로웠습니다.

또한, 장거리 수영의 특성상 경기 중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완주를 눈앞에 둔 순위권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남은 힘을 쥐어짜며 치열한 경쟁을 하는 모습은 절로 손에 땀을 쥐게 했습니다. 특히 혼성 단체전 6km 종목에서 기록 경쟁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결승선 코앞에서 독일팀에 뒤처지고 있던 호주팀이 마지막 스트로크로 먼저 도착 패드를 터치해 0.2초 차로 동메달을 획득하는 멋진 장면이 탄생했습니다. 이 외에도 오픈워터 경기의 자세한 결과와 선수들의 기록은 World Aquatics 홈페이지에 남아있으니 이를 살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수영장이 아닌 후쿠오카 바다를 무대로 레이스를 펼친 선수들의 느낌이 어땠을지 궁금하기도 했는데요. 여자 10km 경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호주의 첼시 구베카 선수는 “수온(26도~29도)이 경기를 운영하기에 적절했고, 호주에서 최대한 비슷한 환경에서 훈련했는데 후쿠오카에서도 연습한 대로 경기를 펼칠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번 오픈워터 경기에서 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은 2024 파리올림픽 오픈워터 종목에 출전합니다. 지난 레터에서 한 차례 소개했듯, 오픈워터 종목을 비롯한 올림픽의 주요 경기들이 센강을 따라 설치되는 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죠. 후쿠오카의 도시 풍경을 배경으로 물살을 가르던 선수들의 모습을 내년 올림픽에서 에펠탑이 보이는 센강에서 다시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 기대가 됩니다.

한창 피서철을 맞이한 동해안에서는 상어 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해수욕장 안전을 위해 600m 구간에 그물망을 설치하고, 수상 오토바이에 강한 전류를 뿜는 상어 퇴치기를 장착하기도 했습니다. 상어 공격 방지용 장치들이 활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사실 한국에서 상어가 사람을 실제로 공격한 사례는 매우 적습니다. 사례의 숫자보다 공포심이 더 큰 셈이죠. 바다 수영을 즐기는 사람이 다른 해양 동물을 마주했을 때와 상어를 마주했을 때의 느낌은 아주 다를 것입니다. 상어에 대한 공포심을 증폭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일등 공신은 단연코 스티븐 스필버그(이하 스필버그)의 <죠스>(1975)입니다. <죠스>를 본 사람들은 바다에 갈 때 가장 두려운 존재가 상어가 되었고, 바다 수영을 즐기다가도 돌연 먼 바다를 쳐다보면서 혹시라도 상어 지느러미가 수면 위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염려가 생겼죠.

그렇지만 <죠스>에서는 상어가 완전히 등장하는 장면은 많지 않습니다. 상어의 모든 모습을 비추기보다는 주로 수면 위의 노출된 지느러미를 촬영했고, 후반부가 지나서야 상어의 얼굴이 화면에 잡힙니다. 이것은 감독의 의도였다기보다는 당시 부족한 제작비 상황으로 상어 모형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운용하기 어려웠기 때문인데요. 스필버그는 악조건 속에서 상어를 보여주지 않고도 공포심을 유도할 수 있는 연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합니다. 우리가 지금도 너무 잘 알고 있는 ‘빠밤’만 반복하는 <죠스>의 음악도 연출의 일례이죠.

영화를 영화로만 봐야 하죠. <죠스>에 압도된 사람들은 상어에 대한 적개심으로 품고, 수천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상어 사냥 대열에 합류하게 됩니다. 상어가 사람을 죽일 것이라는 확신으로 말이죠. 비영리 상어연구단체 오서치에 따르면 상어로 인한 인간의 사망 확률은 370만분의 1로 매우 희박하다고 합니다. 바다에서 상어가 최상위포식자이긴 하지만, 바다 생태계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망각하면서 말이죠. 스필버그는 이후 상어의 급격한 개체 수 감소에 대해 진심으로 후회가 남는다고 밝혔습니다.

동해안에 나타난 상어에 대한 뉴스를 접했을 때, 처음으로 들었던 느낌은 이름 모를 공포였습니다. 미지의 존재에 대해 일종의 거부 반응일 테죠. 언론도 지속해서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할 수 있게 동해안에 상어가 나타난 점만을 강조했습니다. 그렇지만 상어에 대한 공포심과 적개심만 부추기는 보도는 인간에게도, 상어에게도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보다 상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바다 수영 시에 대응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이 우선이 돼야 하지 않을까요? 국내에는 상어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극소수이기 때문에, 상어의 기본 생태 정보조차 공유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공생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앞으로 상어에 대해 좀 더 알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