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스포츠의 뉴스레터 인터뷰 시리즈 '수친소' 02

"해수욕장에 가고 싶었는데, 물이 무서워서 갈 수 없었어요. 그래서 수영을 배워보기로 마음먹었죠."

수영인 '모나' 인터뷰 - by 물개

모나는 50대 여성 수영인이에요. 화목 오전 연수반에서 무려 18년째 수영하고 있어요. 18년 동안 한 반에서 수영을 한다는 게 수력 1년 차인 저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시간인데요. 모나와는 저녁반에서 같이 수영하면서 만났습니다. 옆 레인에 있는 모나를 보면 늘 자신의 리듬으로 온화하게 수영을 즐기는 것 같았어요. 올해는 모나의 수영 생활에 조금 특별한 해이기도 해요. 2월에 라이프가드 자격증을 취득했고, 맹훈련을 받으면서 빠르게 수영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거든요. 이번 인터뷰 제안은 수영장 오기 전 같이 탄 셔틀버스에서 이뤄졌는데요. 모나는 하루 정도 고민하더니 재밌겠다며 인터뷰에 흔쾌히 참여해주었습니다. 

-수영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2000년 4월부터 수영장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정확하게 연월을 기억하는 것은 제가 아팠기 때문인데요. 설날에 음식을 먹고 두드러기가 생겼는데, 알레르기약을 먹어도 얼굴이 퉁퉁 붓기만 했어요. 응급실에 갔는데 알레르기 반응이 잘못됐다고 하더라고요. 그 뒤로 감기 같은 것에 걸리면 해열제를 먹었는데 계속 몸에서 부작용이 생겼어요. 몸 곳곳이 다 붓고, 그 뒤로 약을 못 먹었어요.  “아파도 약을 못 먹으니 환자분은 운동을 해야 한다." 의사의 말이 수영을 시작하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됐죠.

-왜 하필 수영이었어요?

=해수욕장에 너무너무 가고 싶었는데, 물이 무서워서 갈 수가 없었어요. 마음은 아이들 데리고 가고 싶었는데 개인적인 두려움 때문에 갈 수가 없던 거죠. 그래서 수영을 배워보기로 마음먹었죠.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지하에 수영장이 있어서 걔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면서 유치원 엄마들 네다섯 명이 같이 수영장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만약에 혼자였으면 수영장에 못 갔을 것 같아요. (웃음)

-물이 무서웠을 텐데, 처음 수영장 갔을 때 어땠어요?

=다른 엄마들은 능숙하게 수영을 하는데, 저만 한달 동안 음파음파만하고 25m를 못 가는 거예요. 너무 무서워가지고. 한 달쯤 됐나 킥판 잡고 발차기하면서 겨우 25m를 완주했던 것 같아요. 죽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그만둘까도 생각했어요. '다른 사람은 저렇게 잘 가는데, 나는 왜 못 갈까?'

-고비를 어떻게 넘겼어요?

=선생님이 좋아서요. (웃음) 선생님이 계속 음파 호흡법을 반복해서 시켰던 것 같아요. 결국 다른 언니들 다 배우고 제일 꼴찌로 수영을 터득하게 됐어요. 물에 들어가면 귀에 물이 들어가잖아요. 그게 너무 무서웠어요. 음하고 숨을 들이쉬면 귀에 물이 들어가서 그게 죽는 줄 알아가지고.

-무서움이 풀렸던 것은 언제쯤이에요?

=3개월쯤 되니까 배영도 했던 것 같고요. '귀에 물 들어가는 게 괜찮은 거구나. 죽는 게 아니구나.' 그걸 배영하면서 알았어요. 무서움이 사라지니 계속할 수 있었던 거예요. 그렇게 혼자서 연수반까지 가게 됐어요. 함께 수영장에 등록했던 유치원반 엄마들은 빨리 그만두고, 아시아나수영장에서 만난 사람들과 연수반까자 쭉 갔어요. 그리고 그 연수반 사람들이 지금까지의 인연이에요.

-그렇게 아시아나수영장, 세이브존수영장, 일산올림픽스포츠센터수영장을 거쳐서 꽃우물수영장으로 오게 된 거죠? 꽃우물수영장 연수반에서 오랫동안 수영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긴 시간 동안 같은 반에서 함께 수영할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해요.

=2005년 11월부터 계속 여기에서 함께 수영했어요. 우리가 가는 데는 다 망했는데 여기만 망하지 않았던 거죠. (웃음) 처음에 왔을 때는 쉼터 공간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수영장에 들어갔어요. 친목 도모도 되고 자연스럽게 얘기도 오가며 돈독해진 채로 함께 운동한 셈이죠. 한 살 어린 친구를 제외하면 제가 막내예요. (웃음) 일단 마음이 잘 맞고요. 18년 동안 1년에 한 번씩 반장을 바꾸면서 역할을 분담하고, 정기적인 회식을 통해 결속력을 유지했던 게 비결이 아니었을까요?

-18년이면 많은 사람들이 그만둘 것도 같은데, 다들 수영이 질리지 않았나 봐요.

=경제 활동 때문에 피치 못 하게 그만둔 언니들은 있지만, 수영이 싫어서 그만둔 경우는 정말 아무도 없었어요. (웃음) 오면 아무개도 있고 또 아무개도 있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오는 언니들이 아직도 있어요.

-참, 수영을 익히게 됐잖아요. 결국 해수욕장에 갔어요?

=가서 수영을 너무 잘했어요. 처음에 간 곳은 안면도 쪽에 해수욕장을 가족들과 갔는데 물놀이를 수영과 함께하니까 너무 재밌는 거예요. 바다에서 나오지 않았어요. (웃음) 그 다음에 동해안으로도 가고, 제가 평영을 잘하니까 물 속에서 하루 종일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화목 오전 연수반에 계모임이 있어요.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계를 열게 됐는데, 저희는 여행계를 했죠. 수영하는 사람들이라 동남아 쪽으로 하루 종일 물이 있는 여행지를 주로 골랐어요. 팔라우, 코타키나발루 등 여러 곳을 누볐는데, 특히 수영을 많이 할 수 있는 곳으로는 팔라우를 추천해요. 가이드가 계속 물에다 데려다줘서 수영인들에게 천국 같은 곳이거든요.

-올해 2월에 라이프가드에 함께 도전했잖아요. 라이프가드 교육 과정은 어떻게 도전하게 됐고, 어땠는지 궁금해요.

=기업은행에 가면 라디오 여성시대 사연을 묶은 책자가 무료 배포되는데, 기업은행 항상 가는 연수반 언니가 있어서 책자를 가져와서 나눠줘요. 거기에서 65세 된 분이 라이프가드를 딴 사연을 보았어요. '오래 수영하면서 나는 여태껏 시도해본 적 없는데, 이분은 65세에 도전을 했네. 아직 젊은데 도전해보자.'하는 생각으로 라이프가드 교육 과정에 지원하게 됐어요. 그런데 수영만 잘하면 될 줄 알았는데, 막상 라이프가드 교육에 들어갔는데 완전 체력 싸움이었어요. 특히 깊은 물에 들어가서 잠영을 하는 게 가장 어려웠는데요. 아무래도 수영하기 전에는 물이 무서웠는데, 깊은 물에 들어가는 일은 여전히 만만치 않더라고요.

-수영 동호회 활동도 했던 걸로 알고 있어요.

=수영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동호회도 만들고 그랬어요. 우리는 ‘엔돌핀’이라는 이름의 동호회였어요. 토요일에 와서 50m 레인에서 우리끼리 수영했어요. 동호회에 수영을 잘했던 사람이 한 명 있었어요. 그 사람이 수영을 알려주고 우리가 많이 배웠죠. 동호회 대회도 나가고, 종목 가운데 혼계영도 나갔는데 각자 잘하는 영법을 맡았고, 저는 평영 주자였어요. 대기석부터 스타트대에 서는 순간까지 심장이 터질 만큼 떨렸는데, 대회는 너무 재밌던 경험이에요.

-본인의 어떤 성격과 수영이 궁합이 잘 맞나요?

=운동 자체를 좋아해요. 모든 운동 종목들이 재밌는 편인데,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좋아해요. 운동할 때도 상대방의 말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선생님이 얘기할 때 집중해서 듣는 편이었어요.

-가장 좋아하는 영법은?

=평영은 하루 종일 할 수 있고, 옛날에 자유수영 왔을 때는 개인혼영(IM) 100m를 했어요. 시계를 보고 2분 안에 들어와야지 하고 들어오고 2분 쉬고 그렇게 4세트를 자유수영 때 했어요. IM 100m은 좋은 게 영법별로 반 바퀴만 가면 되니까, 그게 딱 좋은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궁금한 질문! 수영인으로서의 나의 미래는 어떻게 그리고 있나요?

=오전에 보면 80대 넘은 사람들도 수영장에서 봐요. 우리 연수반에도 예전에 왕언니라고 있었는데, 제가 40대 때 그 언니는 70대 가까이 됐어요. 진짜 수영을 잘하는 멋진 언니였어요. 앞으로 저도 그때 그 언니처럼 건강하게 오랫동안 수영하는 게 목표랍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우리는 저녁반에서 함께 수영했어요. 지금 함께 수영하고 있는데, 모나는 훨씬 이전부터 이곳에서 수영하고 있었다는 게 새삼 신기했어요. 무려 18년 동안이나 말이죠. 18년 전을 떠올리면 저도 이 근처에 살고 있었고, 수영장이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방문한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 사이에 모나의 시간은 연수반 언니들과 함께 바로 이곳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을 것입니다. 수영장 물은 흘러 모나의 꿈이었던 바다로 이어지기도 하면서 말이죠. 지금의 모나는 수영장에서 또 다른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것은 먼 미래이기도 하지만 아마도 모나에게는 가장 자연스러운 시간일 것입니다. 꿈이 자연스러워질 수 있다는 것, 모나의 온화한 태도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더 궁금해져만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