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번호 241번, 무사히 마쳤습니다! - by 물개

생활스포츠지도사 2급 수영 실기 및 구술 시험이 벌어진 시립서울곰두리체육센터 외관

시립서울곰두리체육센터(이하 곰두리)에 오후 1시 15분에 도착했습니다. 2시 시험이었고, 30분 전에 미리 도착하라는 안내가 있었습니다. 집에서 곰두리는 거리가 먼 편이라 한참을 지하철을 타고 왔고, 그래서 그런지 이미 심신이 지쳐 있는 상태였습니다.

3층 대기 공간에 도착하니 핸드폰을 미리 수거하더군요. 구술시험 유출 방지를 위한 지침이라고 합니다. 미리 가지 않고 다른 곳에 있었다면 핸드폰을 그렇게 빨리 제출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대기 공간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험을 맞이하는 응시생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실기 시험을 대비해 간단히 준비 운동을 하는 사람, 파워젤이나 C4처럼 에너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특효약을 섭취하는 사람, 그리고 저처럼 구술시험을 대비해 마지막 벼락치기를 하는 사람 이렇게 세 가지 부류로 나뉘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험 관계자분이 1층 샤워장으로 내려가라고 했습니다. 실기 시험 시작 15분 전쯤이었을 것입니다. 이때부터는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곰두리 샤워장은 작은 크기였고, 응시생 전부로 가득 메웠습니다. 저마다 최고의 수영용품을 착용한 채로 결연히 샤워를 하는 듯 했습니다. 저도 이날을 위해 센티의 베르도르 선수용 숏사각을 가져왔습니다. 최대한 오랫동안 샤워하려고 했어요. 일종의 긴장 상태를 달래기 위한 최후의 방책이랄까요? 그런데 저의 마음을 모르는지 관계자분이 제 번호를 빠르게 호명하면서 시험장으로 바로 직행하게 되었습니다.

241번, 오랫동안 잊지 못할 번호가 될 것 같습니다. 241번은 버스로도 타본 적 없는, 지금까지 살면서 전혀 인연이 없었던 번호였는데 말이죠. 241번은 2시 시간대의 첫 번째 시험 주자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1조의 1레인에서 출발해야 하는 번호였죠. 위 사실을 사전에 알았음에도 샤워장에서 수영장까지 발길이 곧잘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맞닥뜨린 곰두리 수영장, 지금까지 여타 수영장과는 다른 공기를 내뿜고 있었습니다. 특유의 여유로움과 평화로움을 자랑하던 수영장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삭막함과 긴장감이 수영장을 빼곡히 장식하고 있었는데요. 1년에 한 번 있는 국가공인시험답게 심판들이 각 레인과 수영장 곳곳에 배치돼 있었고, 시험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도 즐비했습니다. 생경한 풍경 앞에 꿈 속 같은 느낌이 들었고, 빠르게 요동치는 심장박동수를 스스로 제어해 보기도 했습니다.

1조의 1레인 241번은 대기 시간도 없이 그렇게 시험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출발 심판이 출발 방법에 대해 딱히 안내할 것 같지 않아서, 옆에 앉아 계신 기록 측정을 담당하는 계측원에게 빠르게 출발 방법을 물어봤습니다. 여러 번의 호각으로 응시자를 출발대에 모이게 하고, '차렷' 구호 바로 다음에 한 번의 호각이 울리면 출발하는 것이라 친절히 알려주시더군요. 빠르게 몸에 물을 적신 뒤 출발대에 섰고 드디어 출발! 멋진 스타트를 기대했지만, 아뿔싸 출발하는 순간 왼발을 헛딛고 말았습니다.

물속에 들어간 순간 헛디딘 왼발이 맘에 걸렸지만, 딱히 연연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계속 연연하다가는 이후의 모든 레이스를 망칠 뿐이니까요. 접영 돌핀킥을 무사히 찬 뒤 첫 스트로크를 시작했고, 이후부터는 말 그대로 무아지경이었습니다. 몸이 그저 반응하는 대로 움직였고, 무조건 앞에 다다르기만을 온 신경이 쭈뼛 바랐습니다. 오늘의 IM(개인혼영) 한 번을 위해 지금까지 훈련한 IM을 생각하면 아득하기만 했으니까요. 마지막 결승 패드 터치를 하고, 계측원이 다가와 초시계를 보여주며 기록을 알려주었습니다. 1분 25초 09. 소수점 둘째 자리도 선명하게 기억이 날 만큼 짜릿했습니다. “합격입니다. 구술 시험장으로 바로 이동해 주세요.”

실기 시험이 끝나고 가쁜 숨을 정리하지도 못한 채 샤워장에 다시 왔습니다. 수영장에는 딱 5분 정도만 있었던 것 같아요. 여기 도착하기까지 집에서 2시간 넘게, 그리고 나아가서는 이 시험까지 몇 달을 준비했는데 말이죠. 긴장이 풀린 탓인지 샤워장에서 다리에 힘이 풀려 미끄러지기도 했습니다. 넘어져도 아픈 줄도 몰랐습니다. 기록을 달성했다는 일종의 안도감과 다음 관문이 남아 있다는 부담이 통증의 자리를 대체했으니까요.

천천히 샤워를 마치고 구술 시험장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첫 조에서 실기 시험을 본 터라 구술 시험장에도 대기자 없이 한산했습니다. 바로 관계자에게 인계받아 구술 시험장에 들어갔어요. 문을 열고 면접을 보는 의자에 앉았는데, 저의 표정에서 지친 기색이 역력했는지 면접관분들이 먼저 숨을 고르고 시작해도 된다고 다독여 주기도 했습니다.

구술 면접은 세 문제가 출제되었는데, 공부했던 것에 비해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지 않았습니다. 예상보다 쉬운 난이도에 처음에는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함수를 열심히 공부해갔는데 꼭 덧셈 문제를 물어보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첫 번째 문제는 개인혼영에 대해 설명하는 것, 두 번째 문제는 배영 스타트 방법, 그리고 마지막 문제는 부력의 종류 3가지를 얘기하는 것이었습니다. 빠르게 답변을 마치고 구술 면접은 도합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너무 간단하게 답변했나 싶어 내심 아쉽기도 했는데, 그것보다는 이제야 모든 시험이 끝났다는 생각에 후련함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곰두리를 빠져나오니 오후 2시 30분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30분 동안 샤워도 두 번 하고 시험도 두 번 치르고 짧고 굵게 참 많은 일이 있었네요. 모든 시험의 결과는 7월 17일날 나온다고 하는데, 당분간은 생각하지 않기로 합니다. 오히려 시험에 대한 일보다는 시험까지 정말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우리 수영장 생각이 더욱 간절하게 떠올랐습니다. 곰두리 물은 생각보다 미지근했는데, 들어가자마자 계곡물처럼 차가운 우리 수영장 물이 무척이나 그리웠던 것이죠. 수영 시험이 끝나도 여전히 수영을 떠올리고 있는 저, 괜찮은 걸까요? 우선 밀려 있던 수영장 뒤풀이부터 차례차례 맞이해 보기로 합니다.

프랑스 파리 센강에서 수영을?! - by 도리

며칠 전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프랑스 파리의 센강에서 2025년부터 수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사였는데요. 제가 어렸을 적 여행 갔던 기억 속 파리 센강의 수질은 수영하기에 분명 적합하지 않았는데, 곧 수영이 가능할 거라니! 그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져 센강 수영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1900년대까지만 해도 센강에서의 수영은 파리지앵들에게 일상이었습니다. 여름의 뜨거운 햇빛을 피하고, 또 즐기기 위해 시민들은 센강 수영을 즐겼던 거죠. 하지만 산업 발전의 폐해로 각종 폐수가 유입돼 수질 악화가 심해지면서, 1923년부터 센강 입수가 금지되었습니다.

이후 프랑스는 1990년부터 센강 수질 정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는데요. 특히 2014년부터 임기를 시작한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2015년부터 ‘파리에서 수영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수질 개선 및 수영장 건설 사업에 나섰고, 이후 2024 파리 올림픽 개최를 성공시키며 올림픽 개막에 맞춰 시민들이 자유롭게 수영할 수 있도록 센강 전체의 수질을 정화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2017년, 안 이달고 시장이 센강 수질 개선 프로젝트를 상징하는 수영장 ‘라 배냐드 바생 드 라 빌레트La baignade Bassin de la Villette’를 건설하면서 센강 수영은 제한적으로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라 배냐드 바생 드 라 빌레트'는 ’파리 플라주’의 일환으로 센강에 개장한 야외 간이 수영장인데요. 파리 플라주는 바캉스를 가지 못하는 파리 시민들을 위로하고 휴가철 파리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기 위해 2002년에 처음 시작된 사업으로, 매년 7~8월 파리의 여름휴가 기간에 센 강변을 해변가 분위기로 조성하는 인공 해변 프로젝트입니다. 이 기간에 센강 도로 주변은 고운 모래와 야자수, 파라솔 등으로 장식되고, 매년 새로운 주제로 다양한 볼거리와 시설들을 제공합니다.

‘라 배냐드 바생 드 라 빌레트’는 파리 19구 센강 지류에 설치되어 있고, 수심과 크기가 각각 다른 총 4개의 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센강의 물은 여과 후 사용되고, 비가 와서 강물이 탁해지는 등 수질에 이상이 생기면 운영이 중단됩니다. 또한 파리 플라주 기간에는 더위에 지친 시민들을 위해 무료로 운영된다고 합니다.

개장하자마자 많은 시민의 사랑을 받은 ‘라 배냐드 바생 드 라 빌레트’는 개장 후 수질 문제로 인해 폐장되기도 했는데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재까지 파리시는 약 2조원의 비용을 들여 하수 처리시설 현대화 등의 수질 정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90년대 센강에 서식하는 어종의 수는 3종에 불과했지만 현재 34종으로 증가했고, 수질 검사상 대장균 등 수인성 박테리아 수치도 보편적으로 수영이 가능한 수준으로 개선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올해 2023 파리 플라주에서는 센강의 두 지역에서 수영장이 개장했는데요. 기존에 운영되던 ‘라 배냐드 바생 드 라 빌레트’와 함께 생 마르탱 운하에서도 수영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생 마르탱 운하에는 본래 배가 오가지만 매주 일요일마다 모든 배의 운행을 금지하고, 간이 수영장을 설치해 시민들이 수영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 6월에는 다이빙 대회(레드불 절벽 다이빙 월드시리즈)가 센강에서 열리고, 수영복 차림의 파리의 부시장들이 2025년에 센강 일부 구역에 수영을 허용할 것이라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센강에서의 자유로운 수영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센강 곳곳에서 아직 쓰레기가 발견되고 있고, 강 오염에 대한 시민 의식을 개선해야 하는 등 극복해야 할 장벽들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2024 파리 올림픽의 개막식과 주요 경기가 센강을 따라 펼쳐지고, 2025년 수영구역이 시민들에게 개방되면 파리 시민들은 꼬박 100년 만에 센강에서 수영을 즐기게 됩니다. 파리의 상징인 센강에서 수영하는 것은 파리지앵들의 오랜 소망이었는데요. 입수 금지 시행 전, 1900년 제2회 하계올림픽의 수영 경기와 수많은 오픈 워터 경기가 강에서 치러졌던 역사, 그리고 여름이면 최소 한 달 이상의 휴가를 가질 만큼 바캉스에 진심인 파리 시민들에게 센강 수영의 의미는 제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일 것 같습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한층 깨끗해진 강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오래오래 마주하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