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편] ⏱ 훈련 일지 : 생활스포츠지도사 2급 수영 실기 시험을 맞이하며
수영인과 수영 문화 이야기, 남도스포츠의 뉴스레터 쉰두 번째 레터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9시에 새 레터를 보내드립니다. 지나간 레터는 '여기'에서 다시 보실 수 있어요. 오늘은 생활스포츠지도사 2급 수영 종목 실기 시험을 준비하게 된 물개의 치열한 훈련 일지와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그림 에세이 <풍덩!>을 도리가 소개합니다.
그럼 오늘도 자유롭고 여유롭게 즐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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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 수영 실기 시험 하루를 앞두고 있습니다- by 물개 4월 마지막 주 레터에서는 생활스포츠지도사 2급(주로 줄여 생체) 수영 종목에 도전한다는 출사표를 호기롭게 던진 바 있습니다. 당시에는 필기시험을 코앞에 둔 시기였는데, 당당히 합격하게 돼 5월과 6월에는 실기 시험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레터에 훈련 과정과 일련의 성과를 공유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제가 다니는 수영장에서 생체준비반이 열렸습니다. 저도 반에 합류하게 돼 체계적인 훈련을 받았는데요. 다른 응시자 분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알아서 자유수영 시간을 통해 실기 시험을 준비하거나, 강사, 유튜버분들의 워크숍이 열리면 이따금 찾아가 훈련을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오랜 기간을 두고 체계적인 훈련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운이 좋았을 따름입니다. 저희 코치님의 말을 빌리면 “이만큼 훈련한 반은 우리 반이 전국에서 유일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을 만큼, 자부심도 느낀 일련의 과정이었습니다.
실기 시험은 IM(Individual Medley 개인 혼영) 100m를 남자 1분 30초, 여자 1분 40초 이내에 통과해야 합니다. 0.1초라도 늦으면 불합격입니다. 1년에 한 번 있는 국가공인시험이라 떨어지면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데요. 기준 기록에 들어오는 것 외에도 스타트, 턴 동작, 영법을 바로 하지 않으면 실격을 맞이할 수 있어 합격 기준이 까다로운 만큼 생체 수영 시험의 꽃은 실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 반에서는 PB(Personal Best Record)-7 프로젝트를 통해 10주 동안 총 7번의 IM 100m 기록을 측정했습니다. 더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 사이사이 코치님이 준비하신 체계적인 훈련들로 꽉채워져 있었고요. 통상 저녁 7시에서 8시 사이에 훈련을 받았고, 수영장 물 교체 기간에는, 타 수영장 다이빙풀을 빌려 7시부터 9시까지 훈련을 받기도 했습니다. 한 시간 동안 2,000m-2,500m 정도의 훈련량이었고, 다이빙풀에 갔을 때는 훈련 거리가 4,000m에 육박했습니다. 중간중간 안 아픈 곳이 없었고, 거의 매주 기록을 잰다는 부담은 저를 포함해 함께 준비하는 모든 사람들의 심리적 압박감으로도 작용했습니다.
새삼 수영이 기록의 스포츠라는 사실을 훈련을 맞이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레인 앞에 커다란 초시계를 두고 훈련을 받았고, 단 1초라도 어떻게든 줄이기 위해 참 여러 가지로 방법을 꾀하기도 했으니까요. 유선형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턴 동작 이후에 돌핀킥을 몇 번 차는 것이 적당한지, 또 손가락 마디마디의 모양까지 물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 신경 쓰게 되었습니다. 본격적인 물과의 사투였던 셈이죠. 또한 선수용 장비에 대해서도 눈독을 들이게 되었는데요. 스피도의 하이퍼 엘리트 아시안핏 수경을 구입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저희 반에서 시험을 앞두고 선수용 수모인 돔수모가 때아닌 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
| PB-7 프로젝트 물개의 IM100 기록 변화 추이 |
단언컨대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수영한 시간을 통과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확인해 보니 6월에는 공휴일을 제외하고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훈련에 참여했네요.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은 수영 시간을 보낸 것 같아서 애틋한 감정이 들기도 합니다. 다시 해보라고 하면 분명 힘겨워할 텐데 말이죠. 놀랍게도 훈련의 성과는 기록으로 이어졌습니다. 5월 초까지만 해도 기준 기록에 들어오지 못했는데, 지금은 기준 기록을 훨씬 웃도는 기록을 갖게 되었으니까요. “자신이 세운 기록에 자부심을 가져달라.”고 코치님은 여러 번 당부했습니다. 어느새 숱한 물살을 헤치니 저에게는 뜨거운 훈장처럼 IM 100m 기록이 남게 되었습니다.
수영을 시작할 때는 수영 자격증을 딱히 바란 적 없고, 특히 수력이 짧은 만큼 생체 자격증의 경우에는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눈 떠보니 훈련의 한가운데에 있었고 실기 시험을 당장 하루 앞에 두고 있네요. 함께 훈련하는 동안에도 틈틈이 수경 너머로 뜨거운 눈빛을 주고받던 이들이 아니었다면 감히 상상하지 못했을 시간입니다. 같은 반 분들과 요즘 대화 주제는 온통 뒤풀이 장소에 대한 얘기뿐입니다.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고서는 각자 가쁜 숨을 고르느라 많은 얘기를 나누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뒤풀이 때 얼마나 많은 얘기가 오갈까요? 참, 그 전에 일단 시험을 잘 치르고 뒤풀이를 가뿐하게 맞이해 보겠습니다. |
| PB-7 달력 기록(출처 : 엠키 만년 달력) |
📝 주차 훈련 일지
1주 자유형 집중 훈련 세션을 가졌습니다. 킥과 팔 동작을 나눠서 훈련하는 드릴 훈련이 주를 이뤘고, 자유형 100m 인터벌 훈련을 메인 훈련으로 진행했습니다.
2주 사전 운동으로 백돌핀킥의 중요성에 대해 코치님이 강조했습니다. 접영과 배영 세트 훈련 세션을 가졌습니다. 핀과 패들을 착용하고 IM 200m 5세트를 메인 훈련으로 진행했습니다.
3주 전력 질주하는 대쉬Dash를 메인 훈련으로 진행했습니다. 이때 원래 좋지 않은 허리의 찌릿함을 느끼기도 했고, 매일같이 물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마른기침 증세가 이어졌습니다. IM100m 기준 기록 1분 30초를 처음으로 통과했습니다.
4주 영법에 대한 피드백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평영에 대한 얘기가 많았는데, 리커버리 때 고개를 앞으로 향하게 하는 것과 손을 뻗기 전에 어깨를 빠르게 올리면 추진력에 보탬이 된다는 팁을 얻었습니다.
5주 주변에서 코맹맹이라는 얘기를 자주 들을 만큼 마른기침 증세가 코감기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몸의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 어쩔 수 없이 훈련을 빠지기도 했습니다.
6주 거리당 스트로크 횟수를 줄이는 DPS(Distance Per Stroke)훈련이 있었습니다. 다니는 수영장이 물 교체 기간을 맞이해서 타 수영장의 다이빙풀을 대관해 훈련을 받았습니다. 다이빙풀은 수심이 깊고 온도가 찬 편이었습니다.
7주 기존 1시간 훈련에서 본격적으로 2시간 훈련을 받게 되었습니다. 다이빙풀 이외에도 50m 레인을 간헐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늘어난 훈련 시간만큼 몸의 부하가 많이 생겨 회복의 중요성에 대해 실감했습니다.
8주 새로운 물로 교체한 기존 수영장으로 돌아왔습니다. 깨끗한 물에서 보낸 가장 고된 훈련 주간이기도 했습니다. 하루에 기록 측정을 3번 한 날도 있었고, 고개를 들고 수영하는 헤드업 훈련도 많았습니다.
9주 패들을 낀 채로 한팔접영 200m를 자주 반복한 탓인지 목과 승모근 부근에 심한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잠잘 때 고개를 살짝만 돌려도 통증이 심해 정형외과를 찾기도 했습니다. 물리치료를 틈틈이 받으며 훈련에 참여했습니다. 다음주는 시험을 앞두고 점진적으로 훈련량을 축소하는 테이퍼링tapering 훈련 주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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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덩!> 완전한 휴식 속으로 - by 도리 어느덧 7월입니다. 벌써 올 한 해의 반이 훌쩍 지나갔고, 날씨는 점점 더 무더워지고 있습니다. 어느 날은 요란하게 비가 쏟아지고, 또 어느 날은 언제 그랬는지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요즘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잘 쉬어가는 것도 중요할 텐데요. 여름날 한숨 쉬어가며 읽기 좋은 책, 우지현 작가의 그림 에세이 <풍덩!>을 소개합니다.
화가이자 작가인 우지현 작가는 쉬면서도 쉬지 못하는 ‘긴장이 일상화된’ 삶 속 진정한 휴식에 대해 고민하며 항상 물이 있는 곳을 찾았다고 합니다. 또한 물을 이야기할 때면, 수영도 빠뜨릴 수 없다고 말하는데요. 평소에 수영하지 않는 사람도 휴가철이면 바다나 계곡으로 떠나 수영을 즐기듯, 충분히 휴식할 수 있는 감각을 느끼게 하는 수영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냅니다.
“나에게 그 답은 항상 물이었던 것 같다. 나는 물에 기대 쉬었다. 휴식이 필요할 때면 자연스레 물이 있는 곳을 찾았다. 넓고 탁 트인 강과 마주하면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는 듯했고, 해변에 앉아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모든 걱정이 바다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p.5 |
| 세르게이 피스쿠노프, <꽃무늬 수영복을 입은 소녀> |
“더 이상 힘을 내는 건 무리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힘은 소멸되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과도하게 힘을 내며 살아간다. 힘쓰고, 힘주고, 없는 힘까지 만들어 내며 살고 있다. 힘내는 게 습관이 된 나머지 힘 빼는 법을 잊어버린 것만 같다. 어떻게 하면 힘을 뺄 수 있는 것일까. 그 방법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이가 있다. 세르게이 피스쿠노프Sergey Piskunov의 그림 속 여자다. 그는 양팔을 든 채 수면에 둥둥 떠 있다. 그에게는 물에 대한 공포도, 가라앉으리라는 의심도, 빨리 가고자 하는 욕심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물에 몸을 맡기고 있다. 그가 수영계의 최상급 실력자라거나 강심장의 소유자라서가 아니다. 그는 힘을 빼면 떠오른다는 이치를 깨달은 사람이다. 힘을 빼야 힘을 얻을 수 있다.” p.83
생활 수단, 직업 수단, 군사훈련, 운동 등의 다양한 목적과 이유로 개개인에게 수영의 의미는 모두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수영의 본질은 휴식이었으며, 이는 많은 기록물 등을 통해 남아있습니다. 화가들에게도 수영은 영감을 얻고, 창작의 고통을 이겨내게 하는 특별한 행위였습니다. 시대를 불문하고 많은 화가들이 수영을 즐겼고, 수영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습니다. 수영장 그림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데이비드 호크니를 비롯해 수영이 삶의 낙이었던 파블로 피카소 그리고 앙리 마티스, 살바도르 달리, 폴 세잔 등 저명한 화가들도 말이죠.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마음이 낙천적인 삶을 살게 하기 때문이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에게는 수영이 그랬다. 그에게 수영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내면에 생기를 불어넣는 숨결이자 삶을 이끄는 원동력이었다. 그는 일상적으로 수영을 즐겼고, 프랑스로 망명했을 때도 여름마다 고향인 스페인의 말라가 해변을 찾아 수영했으며, 발로리스에서 생활하던 말년에도 오전 작업을 마치면 늘 해수욕을 했다. 수영을 좋아한 나머지 수영을 주제로 다수의 그림을 그렸고, 수영에 관한 시를 써서 자신의 시선집 <피카소 시집>에 담기도 했다.” p.86 |
| 존 뉴턴 호잇, <스위밍 홀> |
'완전한 휴식 속으로'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물속에서 떠올린 진정한 휴식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물을 사랑하고 즐겼던 수많은 화가들의 작품 100점과 연결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를 통해 휴식을 전하고, 나아가 휴식과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는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에 더욱 빛을 발하는 수영 그림들은 우리에게 어서 물에 뛰어들기를 권합니다. 또한 수영하기 위해서는 일단 물에 들어가야 하는 것처럼 노력을 기울여 휴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휴식에 몰입하라 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고요한 물속에서 물살을 가르며 나 자신을 알아가고, 다시금 좋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끔 이끌기도 합니다.
사실 이 책은 지난 하루키의 수영 이야기와 저의 이른 휴가를 소개했던 레터를 보고 피드백 문서를 통해 구독자님이 추천해 주신 책입니다. 여름에 보면 시원해진다는 구독자님의 말처럼 책을 읽는 내내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는데요. 덕분에 본격적인 여름을 맞이하며 저의 지난 일상들을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 여름이 가기 전에 여러분도 한 번쯤 이 책과 함께 쉴 수 있길 바라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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