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수영 수업 궁금하신가요? - by 바보언니

스웨덴 사람들은 대부분 수영을 할 줄 압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9학년(한국 기준 중학교 3학년)까지 학교 체육 시간에 수영 수업이 포함되어 있거든요. 요즘 한국 초등학교에서도 생존수영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스웨덴의 수영 수업 통과 기준은 무척 까다롭습니다. 6학년과 9학년 때 두 번의 시험을 봐요. 6학년 수영 테스트에 통과하려면 200미터를 쉬지 않고 수영할 수 있어야 하죠. 그 중 50미터는 꼭 배영으로 가야 합니다. 9학년 수영 테스트의 경우에는 200미터 수영과 함께, 인명구조 테스트도 포함돼 있어요. 먼저 레스큐 튜브를 들고 점프해서 입수한 후 25미터를 수영해요. 이어 수심 1.8m에 있는 인형을 구조해 끌고 와 인공호흡까지 하는 것을 평가합니다. (지역, 학교마다 평가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점!)

스웨덴 사람인 남편에 따르면, 체육 수업 때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5미터 깊이를 잠수해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가져오는 테스트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학교에서 진행되는 수영 테스트가 어렵기도 해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과 함께 바다나 호수에서 안전하게 놀기 위해, 스웨덴 사람은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이미 유아 수영 교실에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호되게 수영 수업이 진행됐던 터라, 스웨덴 수영장에는 성인을 위한 수영 강좌는 많이 개설되지 않습니다. 제가 다니는 수영장만 해도 성인 대상 수업으로는 다이빙반 정도만 개설되는 상황이니까요. 저처럼 수영을 아예 할 줄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는 소수의 곳에서만 왕초보반을 열어요. 이마저도 한 학기에 열 명 정도가 허용 인원이어서 입학 경쟁이 매우 치열합니다. 저는 2년 정도를 수강 신청에 실패하고서, 드디어 작년에 왕초보반에 들어갔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1학기 20주 동안 수업을 꼬박 들었고, 총 2학기를 수강했습니다.

같은 반에는 스웨덴 사람들은 거의 없었어요. 대부분 중동과 인도, 아시아 출신의 사람들이었어요. 수강생은 총 열 명인데 선생님은 두 명이었습니다. 수영장은 10x7미터 직사각형의 수심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교육용 풀이었는데요. 수심이 0cm부터 180cm까지 조절이 가능하고, 선생님이 조정실에 들어가서 버튼을 누르면 수영장 바닥이 상승/하강합니다.

첫 수업의 과정을 반추해볼게요. ①'악어처럼 입을 벌리고 물이 입 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걸 느끼며 걸어보라'고 하더군요. ②그다음에는 고개를 비스듬히 숙여 귀 한쪽을 물 안에 넣고 입을 벌린 채 걸어보라고 했어요. ③마지막에는 고개를 물속으로 넣어서 숨을 내쉬는 연습을 했죠. 물이 몸 안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것에 적응하는 연습인 것 같았어요.

참, 그리고 스웨덴에서는 수경이나 수모 착용이 의무가 아닌 곳이 많습니다. 남편에게 물어보니 수모는 선수들이 착용하는 거래요. 수경은 눈이 나빠서 렌즈 쓰는 사람들이 착용하는 거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수경 없이 물속에서 눈을 뜨고 숨을 내쉬며 한참을 버티는 연습을 했습니다.

두 번째 수업에서도 발차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물속에서 숨 내뱉기, 음파음파 연습을 하고, 손을 살짝 움직이면서 걸었어요. '손을 이렇게 저어보세요, 저렇게 저어보세요, 저항이 어떤지 느껴보세요' 하는 수업이었어요. 세 번째 수업에서는 '바닥에 앉기' 훈련을 했습니다. 수심이 불과 140cm밖에 안 되는데, 저항 때문인지 몸을 가라앉히는 게 정말 어렵더군요. 그렇게 숨을 천천히 내뱉으며 가라앉는 연습을 또 2~3주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바닥에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고 물건을 주워 올 수도 있게 되자, 드디어 선생님께서 발을 움직이며 헤엄치는 것을 알려줬어요.

가라앉는 연습을 많이 해서일까요? 헤엄치는 일이 매우 쉽게 느껴졌습니다. 특정 영법을 따로 알려 주지는 않고, 깊이를 점점 5cm씩 조절하면서 헤엄을 치는 연습을 했어요. 가다가 힘들면 몸을 뒤집어 물에 뜨면 된다고 하면서, 이때쯤 잎새뜨기까지 배웠던 것 같아요. 마침내 수영을 배운 지 두 달쯤 지난 뒤, 수심을 160cm로 바꿔 헤엄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는 깊어지는 수심만큼 훈련의 강도도 깊어졌는데요. ①'오래 수영을 해보세요.' ②'땅에 발이 닿으면 안 됩니다.' ③'수영장 가장자리에서도 2초 이상 쉬지 마세요.' 등의 지침들이 생겼습니다. 주변을 보니 다들 다양한 방법으로 최대한 오래 물에 떠 있으려고 했습니다. 저도 자유형 비슷한 것을 하다가 몸을 뒤집어 배영 비슷한 것을 하다가 다시 자유형 비슷한 것을 반복했습니다. 여기서 제가 '...비슷한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영법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인데요. 선생님이 시범을 보여주시면 그걸 따라해 보긴 했어요. 하지만 직접 자세를 교정해 주지는 않고 '계속 시도해 보면서 더 편한 방법을 찾아보세요'라고 말해줄 뿐이에요. 

일주일에 한 번, 두 학기의 수영 수업을 거치게 된 저는 지금도 자유형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잘 모릅니다. 다만 수심 180cm에서 40미터 정도는 자유형 비슷한 것으로 가뿐하게 다녀올 정도가 됐어요. 헤드업 평영과 배영을 어설프게 하면서 물속에서 최대한 오래 버틸 수 있게 됐죠. 스웨덴 초등학교 수영 테스트처럼 제가 다닌 왕초보반의 졸업 기준도 200미터를 쉬지 않고 수영하는 것이었는데요. 졸업하지는 못했지만 수심 180cm 길이 50미터 레인에서 훈련하는 왕초보 2반으로 진급하게 되었습니다.

여름에 스웨덴 호수에 가면 사람들이 헤드업 수영을 하거나, 고개만 물 위로 동동 띄운 채 팔다리를 물속에서 움직이며 한 자리에 가만히 있는 걸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를 입영이라고 하는 것 같더라고요. 호수 한가운데에서 친구들이 서로 수다를 떨며 여유를 부리는 게 저는 늘 부러웠거든요. 이렇게 수영 연습을 꾸준히 하다 보니 곧 저도 평화로운 호수 수다회에 합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스웨덴에 와서 뒤늦게라도 수영의 기쁨을 맞이하고 있어요. 저의 기쁨이 어느 정도 전해졌을까요? 마지막으로 아직 수영한 적은 없지만, 제가 친구들과 함께 꾸준히 만났던 스웨덴의 호수 사진들을 레터를 통해 보내봐요. 다들 즐거운 수영 생활과 함께 짙어지는 여름을 맞이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