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있으면 그냥 느낌이 좋아요.

수영인 '돌핀' 인터뷰 - by 물개

첫 번째 인터뷰이는 돌핀입니다. 돌핀은 저와 생체준비반(현재 생활체육지도자 2급 실기 시험을 앞두고 열심히 훈련 중)에서 저녁수영을 함께하고 있는 친구인데요. 주로 옆 레인에서 1번 주자를 담당하고 있고, 수력이 20년 가까이 된 선배이기도 합니다. 저번에 수영장 회식을 한 적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예전부터 저희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있어 반가움이 더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보다 더 기구한 인연(因緣), 아니 수연(水緣)이 있을까요?

만일 수친소 시리즈를 시작하게 되면 제일 먼저 돌핀과 그의 밀도 높은 수영담을 구독자분들에게 소개하고 싶었어요. 저의 적극적인 인터뷰 요청에 내향적인 성격의 돌핀은 잠시 망설이다 인터뷰를 수락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하니 내향적인 돌핀의 거침없는 수다를 들을 수 있었어요. 제아무리 내향적인 돌핀이어도 수영 얘기는 못 참는 거 맞겠죠?

-처음 수영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남편이 물에 빠져서 죽을 뻔한 적이 있어서, 결혼하고 본인이 수영을 배우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합심한 게 '신혼여행 갔다 와서 꼭 수영을 배우자'였어요. 집에서 가까운 수영장에 남편이 새벽수영을 등록하고, 저는 같이 다니기는 했는데 제 의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시큰둥했어요. 그런데 다녀보니 제가 부력이 좋은 걸 알게 되었어요. 선생님이 가르쳐 주는 대로 쏙쏙 잘 배웠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수영이 재미있지는 않았어요.

-이후 수영은 어떻게 즐기게 되었나요?

=그러고 나서 접영을 배우기 전에 임신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임신했다는 이유로 수영을 그만두는 게 아쉬웠던 거예요. 임신 안정기가 지나 다시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고, 출산 전까지 딱 다녔던 것 같아요. 몸이 무거우니 남들 힘든 영법할 때는 자유형으로 가기도 했죠. 아이 둘을 낳고 육아 때문에 개인적인 시간이 없어지면서 살도 쪘어요. 그러다가 큰아이가 7살 때 수영을 처음 시키게 되면서 저도 다시 수영을 시작했어요. 아이가 유아반에서 수영하면 저도 똑같은 시간에 성인 오후반 수업에 참여하게 된 거죠. 수영하다 오후반에서 유미반(주부반)으로 옮겼는데, 지금까지도 수영을 같이하는 언니들을 그곳에서 만나게 됐어요. 제가 내향적인 스타일인데, 언니들이 저를 끄집어내서 친구가 된 거죠. 언니들 만나면서 수영 끝나고 차도 마시고 좋았는데, 어느 날은 낮술을 함께 마신 적이 있어요. 떡볶이집에서 술을 파는 곳이었는데, 그때 제가 평생 마셨던 맥주 가운데 제일 맛있었어요. 그게 수영을 지금까지 가장 오래 할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니었을까요? (웃음) 당시에는 수영은 여벌이었고, 수영장에 와서 수다 떨고 차 마시는 시간이 너무 소중했어요.

-그러고 보니 남편, 아이들, 돌핀까지 모든 가족 구성원이 수영을 하는 셈이네요.

=다른 얘기지만 수영 덕분에 우리 가족은 모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수영을 시작하고 나서 외부로 발산하는 짜증이 많이 사라졌던 것 같아요. 특히 육아로 힘들었을 때, 수영장에 가서 스트레스를 많이 푸니까 저 스스로에게도, 육아적인 부분에서도 많이 좋아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때부터 남편은 수영에 대해서는 완전히 찬성해요. 시간이 훌쩍 지나 지금은 한 아이가 수험생인데, 저녁에 제가 수영을 하러 가니까 물리적으로 아이와 부딪히는 시간이 덜하기도 하고요. 또, 수영이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어서 대화 주제로도 수영이 가끔 오르곤 하는데, 최근에는 제가 아이들에게 “엄마가 기록이 너무 안 줄어.”라고 얘기하니까, 아이가 예전에 이를 악물고 수영했던 자신의 지난 경험을 들려주더라고요.

-일주일에 수영 시간을 어떻게 할애하고 있어요?

=현재는 일주일 가운데 5일은 저녁 수업 때 강도 높은 훈련을 맞이하고 있고, 주말 이틀은 행복 수영을 해요. 주말에는 언니들이랑 만나서 수영하는 경우가 있는데, 수다가 거의 반이에요. 안 되는 영법을 서로 봐주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언니들이 이른 아침에 나오기도 해서 맞춰 가는 게 조금 힘들기도 해요. 느지막이 오후에 혼자 수영장에 가서 최근 수업 때 훈련 세션으로 익힌 워밍업을 시작으로, 안 되는 영법은 동작을 분리해서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드릴 훈련을 통해 보완하고자 해요.

-모든 강습반을 다 거쳤을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배우는 과정 속에서 꼭 익혀야 하는 것들이 따로 있을까요?

=발차기, 스트림라인이 너무 중요한데 다음 단계로 진입하게 되면 자주 간과하고 넘어가게 되는 것 같아요. 선생님들도 여러 번 강조했던 것들인데, 지금은 영법의 세밀한 부분들을 잡아가다 보니 오히려 기본적인 것들을 잘 안 지키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그것만 해도 수영을 잘할 수 있는데, 제가 한 가지 알게 된 건 수영에서 뭘 잘하려고 하지 말고 안 되는 거를 하지 말자의 태도가 중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스트림라인(유선형)이 중요한데, 물 속에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유선형을 깨트리는 동작을 하고 있잖아요. 접영에서 뭘 잘하고 싶고, 자유형에서 뭘 잘하고 싶고 그런 것들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리기 마련인데, 그러다가 기본적인 것들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것 같아요. 초급반에서 발차기만 하고 있으면 옆 레인에서 멋지게 접영하고 있는 분들 보면 빨리 다음 단계를 맞이하고 싶잖아요. 기본적인 것들을 잘 지키고 수영하는 게 가장 큰 이득 같아요.

-만났던 수영 선생님들은 어땠어요? 좋았던 선생님과 아쉬웠던 선생님이 있을까요?

=저는 선생님들 다 좋았어요. 제가 다니는 센터에서는 6개월마다 한 번씩 선생님이 교체되는데, 회원분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저 선생님은 저래서 싫고, 저 선생님은 저래서 싫고 그런 이야기가 많이 돌잖아요. 그런데 유치원 다니는 친구들에게도 배울 점은 꼭 하나씩 있다고 저는 선생님의 좋은 점을 발견하면서 수영을 배웠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저 선생님은 뺑뺑이만 돌려서 싫다고 얘기하는데, 저는 뺑뺑이 지금까지 안 돌아봤는데 돌려주니까 좋네가 되는 거죠. 그리고 저 선생님은 말 많아서 싫어가 선생님이 설명을 많이 해줘서 좋아로 되고, 연수반에 가게 되었는데 운동량이 별로 없다고 아쉬워하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운동 안 시켜주고 자세 교정 시켜주니 그게 좋더라고요.

-지금 저희 반에서도 그렇지만 강습 때 1번(선두) 자리에 주로 서실 것 같은데, 1번 자리에 설 때 어떤 마음가짐일까요?

=저랑 진짜 안 맞아요. 1번 설 때는 선생님에게 항상 집중해야 하고, 바퀴 수 세는 것도 그렇고 1번이 못 알아들으면 제 뒤에 있는 사람들도 다 틀려버리니까 부담이 있어요. 그렇지만 레인에 1번 자리에 서야 실력이 느는 건 맞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페이스대로 수영할 수 있는 자리니까 말이에요. 뒤에서 수영하게 되면, 벽이 아니라 줄에 끝에 다다르기 때문에 아무래도 사이클을 끝까지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되면 손해 보는 수영을 하는 거잖아요. 선생님도 주로 앞사람의 수영하는 모습을 보면서 설명하기 때문에 수업이 앞사람들 위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죠. 수영을 잘하고 싶으면 앞으로!

-어떤 영법이 가장 좋아요?

=지금은 자유형이 제일 좋아요. 잘해서가 아니라 호흡이 편해서요. 1시간 계속 자유형을 돌아도 몸이 지치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어요. 또 자유형할 때 물에 미끄러지는, 글라이딩 타는 느낌이 오면 참 좋아요.

-수영의 장단점은 무엇일까요?

= 물에 있으면 그냥 느낌이 좋고, 물이라는 환경이 늘 새롭고 현실과는 사뭇 다른 감각을 전해주는 것 같아요. 또 수영은 당연히 건강으로도 좋고, 취미 생활로도 좋고요. 저는 허리디스크 때문에 꼭 수영을 해야 하는 사람이기도 했는데, 수영하고 나서 몸 찌뿌둥하고 아팠던 게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어요. 수영의 단점은 딱히 없는데 굳이 하나를 꼽자면 외모 관리가 아닐까 해요.(웃음) 모든 스케줄이 수영에 맞춰서 돌아가기 때문에 피부과에 갈 시간이 없어요. 손톱도 수영하다 보면 다 갈라지기 때문에 네일샵에 갈 필요가 없는 거죠. 일종의 꾸밈과의 결별을 하게 된 셈이네요.

-라이프가드로는 언제부터 일했나요?

=수태기가 와서 3년 전에 라이프가드를 도전했던 것 같아요. 유미반에 있다가 새벽반에 갔는데 남자 회원들 사이에 있다 보니 신체적인 한계도 느끼고, 수영도 잘 안되는 것 같고, 발전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던 차에 선생님께서 라이프가드 교육 과정을 추천해 주었어요. 그때는 시큰둥했는데, 저희 수영장 물 빼는 휴관일에 다른 곳으로 자유수영을 갔다가 또 마침 아는 선생님을 만났는데 그때도 라이프가드 얘기를 꺼내 주어서 조용히 도전하게 되었죠. 다행히 합격해서 근처에 있는 수영장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라이프가드 일하면서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마침 오늘 기초반에서 할머니가 킥판을 잠시 놓았다가 호흡이 불안한 게 느껴져서 레스큐튜브를 가져다 건넸어요. 할머니께서 안정적으로 레스큐튜브를 잡고 호흡을 편하게 하는 것을 보고 그제야 안심했죠. 실제로 제가 라이프가드로 일하고 있는 수영장이 수심이 깊은 편이라, 특히 아쿠아 수업이 있을 때 할머니들이 중심을 못 잡고 불안한 상황을 맞이할 때가 가끔 있어요. 아쿠아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들이 종종 물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있어요.

-수태기(수영 권태기를 칭하는 수영인들의 말)가 있었는지? 그걸 어떻게 보냈고, 또 어떻게 지나왔는지 궁금합니다.

=수태기가 중간중간 되게 많았어요. 하는 만큼 수영이 잘 느는 것 같지 않고, 지금 있는 생체준비반과는 달리 일반반에서는 진도가 많이 나가지 않는 것 같았어요. 수영은 수학처럼 짜여진 답이 있는 게 아니고, 개인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도 하잖아요. 그리고 선생님에게 물어봐도 이거야 하는 대답을 주는 선생님도 못 만난 것 같고요. 유튜브를 통해 수영을 제일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배우는 과정을 스스로 부여하면서 무사히 수태기를 지나왔던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코로나로 인한 운동 시설 제한이 있을 때에는 수영을 한 적이 없는데, 해당 시기에는 어떻게 수영했나요?

=다니는 수영장이 공립수영장이기 때문에 강습은 없고 자유수영만 열렸어요. 공립의 경우는 보수적인 기준을 잡고 최소한으로 수영장 문을 열었으니까요. 그래서 근처에 사립수영장 새벽 수영반으로 저와 언니들이 단체로 이동하게 되었어요. 운동 시설 집합 금지 시기를 제외하고는 수영장에 다 갔던 것 같아요. 코로나 때 지금 언니들과 새벽수영을 같이 다니면서 더욱더 우정을 돈독히 다졌어요. 사립수영장에서도 좋은 선생님을 만났는데, 저희가 결석도 안 하고, 질문도 계속하고, 자세도 봐달라고 요청하면서 선생님과 자연스레 친해졌어요.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완화되고 기존에 다니던 공립수영장이 다시 강습을 열게 되면서 사립수영장에서 만난 선생님과 헤어지게 되었는데, 서로 아쉬워했어요.

-이용하는 수영 커뮤니티가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이용하는지 궁금해요.

=웬만한 수영 카페는 다 가입했고 특별히 활동하지는 않지만 심심할 때 들어가는 눈팅족이에요. 코로나 때에는 다른 수영장 돌아가는 상황이 궁금하기도 해서 더 열심히 찾아봤던 것 같고, 제품 출시일 등의 각종 수영 정보를 찾아보는 것 같아요. 또, 수영 커뮤니티이지만 생활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기도 좋아요.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큰 소식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커뮤니티이기도 하니까요.

-보고 있는 수영 유튜브도 추천해 주세요.

=<류 코치수영 이야기> 채널의 경우에는 전문 선수 티칭법을 엿볼 수 있어서 좋고, 최근에는 <다이빙덕 Divin' Duck>채널을 주로 보는데, 생활수영인의 눈높이에 맞게 수영을 잘 설명해 주더라고요.

-나갔던 수영 대회 얘기도 해주세요.

=꽃우물수영대회라고 지금은 없어진 수영 대회가 열린 적이 있었어요. 수영 생활 초기 때 참가했는데, 두 종목을 고르라 해서 접영 50m, 자유형 50m에 출전했어요. 같은 기관에서 운영하는 수영장 센터들끼리의 대결이라 센터의 자존심 같은 것이 달려 있었죠. 선생님께서 대회 대비 훈련을 시켜주기도 했고, 스타트도 많이 시도하면서 그때 많이 늘었던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당시에는 물을 탈 줄 모르기도 했고, 50m 레인을 이용해 본 적도 없어서, 25m까지는 잘 갔는데, 25m 이후에는 퍼졌던 기억이 있어요. 또 친한 언니와 계영을 나갔는데 엄청 재밌었던 기억이 나요. 당시 대회에서 저희 아들과 언니 아들도 대회에 함께 나갔는데, 대기실에서 서로 콩닥콩닥 맘 졸이며 순서를 기다렸던 시간이 문득 떠오르네요.(웃음)

-가장 좋아하는 수영 아이템을 공개해 주세요.

=펑키타를 가장 좋아해요. 탄탄이면서 몸에 쫙 붙는 고무 탄성이 없는 수영복을 선호해요. 원래 수경도 노패킹을 썼는데, 저녁 생체준비반에 오면서 훈련 간격이 타이트해 수경을 조절할 시간이 거의 없고, 스타트를 너무 많이 하니까 물이 이따금 들어오는 노패킹 수경이 훈련과 영 맞지 않는 거에요. 어쩔 수 없이 눈에 자국이 남긴 하지만 고정력이 강한 패킹으로 바꾸게 되었어요. 수영복도 마찬가지에요. 훈련을 받을 때는 수영복에 손이 덜 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능성을 최우선시해요. 좋아하는 펑키타 수영복을 못 입고, 수영 반바지와 센티 수영복을 입고 있어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수영 경험이 있을까요?

=해외여행을 가면 리조트 위주의 수영을 갔었는데, 현지에 있는 실내 수영장을 가보고 싶어요. 지금 생체준비반이 6월 정도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데, 배우다 말았던 프리다이빙 강사자격증까지 이참에 도전할까 싶어요.

마지막으로 그에게 본인만의 행복 수영 방식이 있냐고 물어봤는데, 그가 대답을 시작하고 나서 머지않아 저의 질문이 어리석었음을 알게 되었어요. 돌핀은 1년 내내 수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행복하다고 말하며, 새벽수영은 한겨울에 수영하고 나서 찬바람 맞는 게 좋고, 저녁수영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고 했어요. 돌핀에게는 행복 수영을 위해 특정한 방식을 구할 필요가 없던 것이죠. 수영장이라는 이름이 돌핀에게는 행복장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제가 돌핀을 수영장에서 만난 건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이전 아주 먼 옛날부터 돌핀의 시계는 수영장과 함께 부지런히 돌고 있었어요. 50분 수영, 10분 휴식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를 그는 얼마나 많이 들었을까요? 때로는 홀로, 때로는 남편과, 때로는 아이와, 때로는 언니들과 함께하면서 말이죠. 돌핀의 얘기를 쭈욱 들으면서 단단하게 쌓여있는 그의 수영장 시간에 대해 자연스레 경이로운 마음이 들었어요. 제가 그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아마도 그는 자유형 스트로크를 한 번 더 힘차게 시도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