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가드로 일하면 우리 수영장이 달라 보여요 - by 물개

올해 2월에 라이프가드 자격증을 따고 묵혀둔 지 3개월, 더 이상 묵혀두면 ‘장롱 구조요원’으로 남을 것 같았습니다. 마침 다니고 있는 수영장에서 주말에 일일 라이프가드를 모집한다고 해서, 호기롭게 지원했어요.

라이프가드 교육을 받았을 때와 실제 라이프가드로서 근무할 때 어떤 차이점이 있을지 알고 싶었고, 한 가지 흑심은 이를 빌미로 제가 좋아하는 수영장에 종일 머물러보고 싶기도 했거든요. 결과는? 선착순 모집으로 당당히 합격했습니다.

준비물은 슬리퍼와 반바지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일하러 갈 때 평소 피하던 복장이 라이프가드에게는 필수 복장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물에 튀길 수도 있고, 위급한 상황에서는 물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일 텐데요. 오전 10시에 수영장에 도착하니 일일 담당 선생님께서 근무복 반팔 상의를 주시더라고요. 상의까지 갈아입으니 라이프가드로서의 모든 복장 착용을 완료했습니다.

라이프가드는 체육시설의 설치,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실내수영장 바닥 면적에 준해서 배치 명수를 달리 합니다. 제가 일한 수영장은 바닥 면적이 400㎡를 초과하기 때문에 2명 이상인 3명이 동시간 근무해요.

출근하자마자 첫 번째 임무는 시작 차임벨을 울리는 것이었습니다. 실내 수영장은 50분간 수영 활동, 10분간 휴식을 원칙으로 하는데요. 이를 수영장에 있는 모든 인원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제때 차임벨을 울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희 수영장 차임벨 시스템은 라이프가드가 수동으로 작동해요. 동료 라이프가드께서 친절히 설명해 주셔서 차임벨 시스템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라이프가드의 주된 일은 수영장 풀사이드를 천천히 거닐면서 혹은 감시탑에 앉아서 수영인들이 안전하게 수영을 즐기는지 바라보는 것입니다. 수영을 순전히 즐기러 왔을 때와 라이프가드로서 근무할 때의 시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수영할 때는 내가 들어가는 레인 하나만 신경 쓰면 됐는데, 라이프가드는 수영장의 전체 레인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봐야 했어요. 폭넓은 시야와 함께 면밀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했죠. 커다란 수영장에서 유유히 각자의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과 그들이 내는 물소리 같은 것들을 보고 듣고 있으니, 기존에 제가 알던 수영장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또 일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뭔가 물어보거나 요청하시는 분들이 계셨어요. 제가 근무한 날에는 비가 많이 왔는데, 일부 레인에서 물 비린내가 심하게 진동했습니다. 여러 수영인이 냄새의 원인에 대해 물어봤고, 불평 섞인 표정으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또 저희 수영장에는 양 끝에 걷기 레인이 있는데, 해당 레인에서 수영하는 분이 있다는 제보를 받아서 레인에 찾아가 제지하기도 했습니다. 라이프가드는 수영인들의 안전을 책임지기도 하지만, 시시각각 수영장에서 발생하는 민원을 접수하는 역할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근무가 끝날 무렵에 다치신 분도 있었어요. 수력이 15년이 된 분이었는데, 수영장에서 다치신 일은 처음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손가락이 레인에 부딪혀 살짝 상처가 나셨는데, 알코올 솜으로 소독을 깨끗이 하고 거즈로 상처 부위를 단단히 묶어드렸습니다. 경미한 상처여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이처럼 수영장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들이 이따금 발생합니다. 자기 부주의로 다칠 때도 있지만 상대방이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도 많이 있어요. 나의 안전이 수영장에 있는 모든 수영인의 안전과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는 걸, 라이프가드로 근무하면서 더 깊이 알았습니다. 

무엇보다 라이프가드 근무를 하면서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어린이 레인에서는 주말을 맞이해 아빠들이 자녀의 수영을 알려주면서 함께 즐거워하기도 했고요. 친구, 연인과 함께 실내 수영장에서 운동을 벗 삼아 유유히 시간을 보내는 분들도 만날 수 있었어요. 또 오랜만에 수영장에 홀로 와서 여러 가지 자신의 영법을 점검해 보는 분들도 슬몃 볼 수 있었습니다. 라이프가드는 수영인의 안전을 지키는 일을 주된 업무로 삼지만, 지금 수영장에 흐르고 있는 행복을 지키는 일을 맡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일일 알바뿐이었지만 새로운 사명감과도 만나게 되었네요.

탱크프루프의 수업은 일주일 중 5일에 걸쳐 진행되는 집중 수업 1세션을 이수하는 것으로 진행됩니다. 수업에서 아이들은 수상 안전과 예방 조치에 대한 폭넓은 지식 습득과 동시에 물에 뜨는 법, 발차기, 팔 돌리기 등 물속에서의 기본적인 수준의 기술과 편안함을 배워요. 혹시 본인이 위험에 처할 경우, 스스로를 구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수업의 중요한 목표라고 합니다.

더불어 탱크프루프의 수영 수업은 필수적인 삶의 기술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수영장 너머를 뛰어넘는 자신감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처음 수업에 등록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수영에 대해서 두려움이 상당한데, 아이들의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