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헤엄 수영인, 제대로 '공부한' 자세들 - by 인어
원래 저는 물을 어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제대로 수영을 할 줄 아는 건 아니었죠. 자유형과 배영을 비롯해 소위 '개헤엄'이라 불리는 머리를 내놓고 하는 수영 정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초급반을 가보니 자유형에서부터 제 자세가 잘못돼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가 이렇게 체계 없이 물 위에 떠다녔나?' 싶은 정도였죠. 이때 배운 것 중 기억에 남는 레슨은 이런 게 있습니다.
자유형 : 각 팔을 젓고 물 위에 다시 얹을 때 쭉 뻗어나가듯 하라(이른바 Glide, 글라이드). 호흡할 때는 귀를 버티는 팔에 붙이도록 노력하라.
배영 : 물에 누웠을 때 귀가 잠겨야 한다. 떠 있으려고 힘을 줄수록 가라앉는다.
평영 : 팔로 물을 모아 숨을 쉬었다 들어갈 때, 너무 물 위에 높이 올라오지 마라. 숨은 간단히 쉬고, 더 효율적으로 앞으로 나가는 게 중요하다.
접영 : 몸을 물속으로 넣을 때, 웨이브를 과감하게 하라. 급하게 팔을 젓지 말고 몸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려라.
수영을 잘하는 분들이라면 굳이 생각하지 않고도 체화한 내용들일 겁니다. 그런데 초보 입장에선 이걸 머리로 이해하고, 몸의 근육으로 보내고, 그대로 옮기는 것 자체가 어려웠어요. 심지어 몸에 배어있는 잘못된 자세를 떨쳐 내는 것도 어려웠죠. 같은 자세를 몇 번이고 연습해야 했습니다.
근데 몇 바퀴씩 같은 자세로 훈련하다 보면, 신기하게 선생님의 말씀대로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부족한 건 제 체력뿐이죠). 이걸 머리로 또는 몸으로 느끼는 순간, 쾌감을 느끼죠.
또 선생님이 어떤 자세를 가르쳐주시든 공통적으로 주는 메시지가 있었어요. 제가 발견한 키워드는 이렇습니다.
1. 앞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하라.
2. 서두를수록 늦어지고 가라앉는다.
조금 더 한 단계 더 나아가 보면(삶에서 인사이트를 찾는 일을 하는 저의 직업병..입니다), 수영에서 듣는 메시지가 결국 일하는 나에게도 연결된다 싶었습니다. 서두르고 무리할수록 가라앉지만, 반대로 흐름에 몸을 맡겨 그저 전진할 때 어느 순간 우리는 내가 가고 싶었던 위치로 나아가 있는 것 아닐까요.
그런 쾌감을 기대하며, 오늘도 저는 수영가방을 싸고 센터로 출근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