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는 끝났지만 '김서영 선수'는 끝나지 않았다. - by 물개
2022년 7월 4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이하 : FINA)가 막을 내렸습니다. 올해 열린 건 3년 만인데요. 코로나19로 도쿄올림픽이 연기되면서 자연스럽게 세계선수권대회 일정에도 변동이 생겼기 때문이었어요. 기존에 2년에 한 번 열렸던 FINA가 3년 만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다시 열린 거였죠.
이번 대회에선 우리나라 선수들로부터 낭보가 속속 전해졌었어요. 황선우 선수가 200m 자유형에서 은메달을 땄고, 대회 동안 한국 신기록을 5개를 경신했어요. 또 남자 800m 계영 부문에서도 처음으로 한국이 결선에 진출해 6위를 차지했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황 선수와 같은 유망주의 활약이 돋보인 대회이기도 했어요. 2004년생인 루마니아의 포포비치 선수는 FINA 역사상 49년 만에 100m, 200m 자유형 종목을 모두 석권한 선수가 됐죠.
대회 기간 제 눈길을 사로잡은 선수가 한 분 있었어요. 한국의 김서영 선수였죠. 개인혼영 200m 부문에 출전해 대한민국 최초로 3회 연속 FINA 결선에 진출하기도 했고, 3회 연속 모두 6위를 차지했습니다.
수영은 온몸의 근육을 짧은 시간에 폭발적인 힘을 쏟아내는 운동이기 때문에 선수의 전성기가 무척 짧은 편이라고 해요. 국가를 대표해 3회 연속 FINA에 출전하는 것도 대단한 일인데, 3회 연속 결선 진출 대목은 선수로서의 자기 관리가 얼마나 철저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김 선수는 선수단의 주장 역할을 수행했어요. 또 개인 혼영 종목이 끝나고 단체 혼계영 접영 구간의 영자로 나설 예정이었는데, 도중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게 돼 잔여 경기를 치를 수 없게 됐습니다. 언론에서는 김 선수의 코로나 확진 소식을 짧고 빠르게 다뤘습니다. 하지만 그토록 기다린 대회의 선수단 주장으로 느꼈을 기나긴 심정은 뉴스에선 더 알 길이 없었죠.
김 선수의 주종목은 개인혼영 200m입니다. 개인 혼영은 접영과 배영, 평영 및 자유형 순으로 영법을 바꾸면서 경기하는 종목이에요. 주종목이 하나의 영법이 아니라 4개의 영법이라는 말이죠. 그는 수영 선수로서 큰 편은 아니라고 해요. 하지만 체계적인 훈련 속에 근육량을 키워가며 장신 선수 사이에서 경쟁력을 갖게 됐죠. 특히 김 선수의 개인 혼영 경기를 보고 있으면 초반에 접영과 배영 구간에서 치고 나가는 힘을 느낄 수 있어요. 자신도 영법 가운데 배영이 가장 자신 있다고 밝힌 바 있어요.
김 선수는 어머니가 다니는 수영장에서 유아 체능단에 등록하며 수영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수영이 재밌지 않았다고 하는데, 승부욕 때문에 계속 다니게 됐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나간 전국대회에서 처음으로 메달을 따서 수영 선수로서의 꿈을 꾸기 시작했고요. 개인 혼영 종목을 선택한 계기는 선생님의 추천이 있었다고 해요. 4가지 영법을 구사하기 때문에 1가지 영법이 조금 부족해도, 또 다른 영법을 하면 되기 때문에 질리지 않고 오랫동안 할 수 있었다는 거죠.
주니어 레벨의 대회에서부터 그는 수영 선수로서 두각을 냈어요. 중학교 3학년 때 동아시안게임 개인 혼영 200m에서 한국 신기록을 수립했고요. 같은 해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발탁돼 선수촌에 입성했어요. 이후 시니어 레벨의 수영 대회에 참여했고,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참가하며 국가대표 수영 선수로서의 입지를 다졌어요.
2016년 리우 올림픽이 끝난 뒤 출전한 전국체전 200m 개인 혼영에서부턴 더욱 자신감이 붙었다고 한다. 2017년 FINA에서 결선에 진출했고, 이듬해 2018년 광저우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회 신기록 수립과 함께 금메달을 땄습니다. 당시 아시안게임 금메달 확정 직후 그는 눈물을 쏟기도 했어요. 그때 감정에 대해 그는 “터치패드를 찍고 나서 처음에는 너무 기뻤는데 딱 이제 (물에서) 나와서 걸어가는 길에 뭔가 힘들었던 순간들이 스쳤던 것 같아 울었다”고 얘기한 바 있어요.
2013년부터 김 선수와 함께해온 김인균 감독은 그에 대해 “훈련이 거듭되다 보면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훈련 강도에 차이를 두는데, 김서영 선수는 포기하지 않고 주어진 훈련 페이스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기록과 상관없이 주어진 훈련 루틴을 꾸준히 지키는 것. 선수로서의 기량 발전과 세계 대회에서 롱런(long-run)하는 김 선수의 비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제 '김서영' 이름 앞에는 자연스럽게 ‘베테랑’이라는 닉네임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베테랑’이 된 김서영 선수를 두고두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 김서영 선수가 보유하고 있는 ‘한국 신기록’들
🏊🏻♀️개인혼영 200m
02:08.34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개인혼영 400m
04:35.93 2017 국가대표 선발전
🏊🏻♀️자유형 100m
54:83 2020 국가대표 선발전
🏊🏻♀️자유형 200m
01:58.41 2019 국가대표 선발전
🍔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
(김서영 선수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 햄버거)
스포츠톡톡 김서영 선수 인터뷰 1편, 2편
https://www.youtube.com/watch?v=8ch1c531lNQ
https://www.youtube.com/watch?v=fHORxJ_XWg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