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강습을 받아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주로 한국의 수영 교육은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등의 경영 위주의 수업으로 진행됩니다. 교육하는 분이나 배우는 이 모두에게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 됐죠. 동작을 빠르게 체득해서 속도를 높이는 일이 수영 교육의 가장 큰 목표인 겁니다.
그렇지만 수영 영법을 실내 수영장에서 익힌 사람들이 바다에 갑자기 빠지게 된다면 어떨까요. 결과적으로 수영을 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파도의 물살이나 발이 닿지 않는 바닥, 입과 코로 들어온 바닷물 등의 수영장에서는 도통 겪지 못한 바다의 변수들 때문인데요. 바다에서는 수영장에서 배운 영법을 구사하기보다는, 물에 최소한의 에너지로 뜬 채 구조를 기다리는 생존수영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생존수영은 수영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물에 빠졌을 때 숨을 쉴 수 있는 상태를 확보하고 부력만으로 물 위에 떠 있는 수영법입니다. 어떤 게 있을까요. 잎새 뜨기, 새우등 뜨기 등이 있습니다. 수영을 잘하는 사람도 구조가 될 때까지는 체력과 몸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생존수영법을 익혀야 합니다.
생존수영이 강조된 건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입니다. 안전 대책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초등학교에서 정규 교육 과정으로 채택됐습니다. 그렇지만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채 시행됐다고 해요. 교육 시간이나 프로그램 등이 따로 정해지지 않은 채, 그 부담을 학교가 떠안아야 했어요. 그렇다 보니 수업이 허술하게 진행된 곳이 많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학교 내 수영장 시설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수영장을 보유한 학교의 경우에는 생존수영 실습 교육을 진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어요. 하지만 대다수의 학교가 자체 수영장을 보유하지 못한 게 현실입니다. 전국에 수영장을 보유한 초등학교는 81곳으로 전체 학교 대비 1.3%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특히 서울을 벗어나게 된다면 다른 지역의 여건은 더욱 좋지 못합니다.
물론 학교 수영장을 하루빨리 유치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겠죠. 그렇지만 당장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지금의 방법을 뭘까요. 지역 내에 있는 수영장의 문을 학생들을 위해 개방하는 것이겠죠. 그렇지만 이마저도 쉽지가 않습니다. 학교와 지역이 오랫동안 연결돼 있지 않았고, 학교 바깥으로 학생들을 내보내는 것에 대한 학부모의 우려도 있다고 합니다. 또 이 모든 책임은 공교롭게 학교장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학교 입장에서도 꺼리는 상황이라고 해요.
현재 생존수영 교육은 제한척인 방식으로 교내에서 벌어집니다. 구명조끼 착용 체험이나 페트병과 같은 도구를 활용한 타인 구조 체험, VR 체험, 매트나 기구를 활용한 생존 수영 동작 익히기 등으로 말이죠. 직접 물과 닿아 수영을 해야 비로소 수영이 될 텐데요. 형식적인 체계 안에서 생존수영이 도구적으로 활용되는 듯합니다.
구색만 갖춘 교육으로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지자체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경기도 시흥시는 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3개 수영장에서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생존수영 교육을 위한 시간을 따로 정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지역 사회가 학생들의 안전을 함께 돌봐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고 해요.
생존수영은 지역과 학교 양측이 알아서 해야 할 일로 내버려 둬서는 안 되는 주제에요. 우리 모두의 안전을 돌보는 데 있어서 생존수영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죠. 모든 학생이 공평하게 교육을 받으려면 지역의 많은 도움의 손길이 있어야 할 겁니다. 그게 우리의 관심으로 시작된다면 더욱 의미가 깊어질 것 같습니다.